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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작가 인터뷰] <3> 윤이형·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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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작가 인터뷰] <3> 윤이형·정미경

입력
2008.11.1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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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이형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PC통신을 통해 사람들하고 잡담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소설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윤이형(32ㆍ본명 이슬)씨의 첫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에는 서사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신세대 작가의 재능이 지옥도처럼 펼쳐진다. SF적인 상상력('판도라의 여름'), 인터넷 게임의 패러디('피의 일요일' '안개의 섬') 등은 접속세대로서의 작가의 세대적 특성을 잘 살린 단편들이다.

그의 소설들은 꿈과 현실, 이상과 현실, 가상과 현실, 영혼과 육체 사이에 던져진 인간의 존재조건에 대한 물음을 품고 있다. 난무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 그건 늘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했다" "인간의 표리부동함에 대한 혐오를 누를 수 없어 사람들의 마음을 파헤치려고 애쓰는 강박증 환자" 같은 문장에서 엿보이는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세계관은 윤이형 소설의 밑그림을 이룬다.

"어둡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놀라요. 비관주의자라고 생각해본 일도 없는데…"라는 윤씨. "어쨌든 바닥까지 들여다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그의 작가적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람의 소설적 세계는 무엇인가, 아직 실험중으로 여겨진다'는 평단의 반응이 많다.

"저희 세대는 물도 안 줬는데 혼자 잘 큰 세대, 악착 같은 잡초 같은 세대라고 생각해요. 나름 잘 버텨왔지만, 한번도 마음놓고 뛰어다녀 보지 못한 세대이지요"라는 윤씨는 "요즘은 IMF 때문에 대학생활 내내 <자본론> 대신 토익 책을 끼고 살아야 했던 90년대 중후반 학번의 고민을 형상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장편을 구상중이지만 아직 화두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때그때 변하고 있지만, 아마도 제가 갖고 있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해요. '내가 제대로 어른이 되어가는가' 하는 문제일수도 있고, 너무 바빠서 고립돼 연대감을 상실한 요즘 사람들 얘기일 수도 있고…. 모르죠, 혹시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의 관계의 문제가 될지도요."

■ 작품 속 이 구절

"정직이 최선의 미덕이라는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DJ는 디제잉 도중에 실수를 해도 결코 그것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믹스를 하다 버벅거려도, 비트를 놓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좋다. 마이크를 잡고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하는 순간 댄스 플로어는 남극처럼 싸늘해지고 모든 것은 끝나버린다."(228쪽)

"희망은 동물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문명이나 사회의 진보가 말살하려 할수록 더욱더 끈덕지게 인간의 가슴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원초적인 마약이자, 신이 인간에게 감질나게 주었다 빼앗아버린 순수한 낙원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좌절이나 절망이나 낙담보다 훨씬 강력한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경험의 세계라는 나락으로 한번 떨어져본 인간에게, 그 순수의 기억은 신의 권능과 맞먹을 만큼의 신성함을 제공합니다."(350쪽)

■ 프로필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 '검은 불가사리' 당선돼 등단.

대학졸업 후 9년 동안 영화잡지, 사보, 출판사 등에서 모범적인 직장생활을 함. 인터넷 게임을 하다 친해진 네 살 연상의 소설가 남편과 올해초 결혼. 최근 인터넷 게임을 끊었음. 이메일 아이디(janejones)는 영화 '클로저'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차용. 취미는 방 안에서 상상하기. 소설가 이제하(71)씨의 외동딸.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사진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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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경 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

"내 안에 있으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욕망, 운명보다 억척스러운 욕망, 그 욕망의 불가해함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다 모아놓고 보니 생긴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만이 자욱하네요."

정미경(48)씨의 소설집 <내 아들의 연인> 에 실린 7편의 단편은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는 현대인들의 분열된 내면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낡은 비유에 빗대자면,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머지 한 마리의 양을 쫓는, 그리고 그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양을 쫓아가는 인간들이다.

가난한 연인과 교제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상류층 여인의 복잡한 심사를 다룬 표제작이나, 저조한 실적을 덮기 위해 채홍사 노릇을 자청하다가 급기야 7년간 사귀어온 자신의 연인을 재력가에게 소개하는 자산관리인의 뒤틀린 내면을 묘사한 단편 '너를 사랑해' 등에서는 속물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기모순이 아프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들은 "가슴 속을 짧게 스치고 가는, 이 헝클어진 느낌" "안쓰러움과 우울한 안도감"과 같은 작가의 문장으로 표출된다.

그렇게 정씨의 작품은 한국소설로는 드물게 중상류층의 시선으로 그들의 자기분열적 세계를 핍진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작품집에도 의사, 연극무대 디자이너, 자산관리인, 설치미술가 등이 등장하고 백화점, 갤러리, 고급 레스토랑 등이 소설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작가 자신의 계급적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씨는 말했다.

"가식적이고 전형적인 계급적 고민을 직설적으로 문학에 반영하는 시대는 한참 지나왔다고 생각해요. 내 소설은 내 계급적 고민보다는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작고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고통과 상처를 반영하고 싶어요."

살아있는 문제의식과 심리 묘사, 빈틈없는 디테일 등 이미 그의 소설은 '정미경 식 세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상 복은 그리 많지 않은 편. "한 해에도 몇 차례 상의 후보에 오르고 탈락하는 일을 몇 년 겪다보니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그저 담담할 뿐이에요.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정씨는 말했다.

■ 작품 속 이구절

"… 넌 여태 몰랐니? 난 필사적이야. 여기선 필사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 "너를 사랑해. 사랑한단 말이다." Y는 다시 웃었다. 참 독특한 웃음이다. 비웃음도 아닌, 쓰거나 떫은 것도 아닌, 그저 인생과 인간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듯, 떼쓰지 말라는 듯,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한 웃음.(51~52쪽)

"도란이는 내게, 어쩌면 한 권태로운 여행지에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있다 우연히 찍게 된 유에프오 같은 존재로 남을 것이다. 나는 그걸 보았고, 내 메모리에는 그 모습이 남아있지만, 현실의 네트워크 속에서 그저 그대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누구의 공감도 끌어낼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침묵해야 하는, 빛을 발하는 존재. 그러나 그걸 만나기 이전과 이후의 나는 달라져버린, 미확인 비행물체."(160쪽)

■ 프로필

1960년 경남 마산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폭설' 당선돼 등단. 2006년 단편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등.

바람 부는 숲을 그린 그림이 걸린 작은 반지하방에서 소설을 씀. 대체로 몇 편의 시를 읽는 일로 작업을 시작함. 최근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알베르 카뮈가 살았던 집을 다녀옴. 매우 독특한 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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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문학상과 나 현기영<제32회ㆍ1999년 수상>

나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가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이지만, 그 날의 기쁨이 마치 어제 일인 양 생생하다.

이 상의 역대 수상자는 대개 촉망받는 젊은 작가들이었는데, 그 반열에 50대 후반의 늙수그레한 내가 끼어들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평소에 나는 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주로 젊은 작가들과 어울려 지냈는데, 아마 그 때문에 내 작품이 좀 젊어졌던가 보다.

그 날 시상식의 하객도 주로 젊은 후배들이었는데, 그들이 나를 보고, 백발이 성성한 자가 좀 주책이긴 하지만 어린애처럼 흥분하여 열띤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이 그런대로 보기 좋더라고 하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그때 나는 늙음 속에서 젊음을 발견해 준 이 상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상에 의해 최초로 인정받은 나의 소설은 그 후 많은 독자들 속에 행복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올해로 41회를 맞는 한국일보문학상이 그 오랜 연륜으로 말해 주듯이, 한국일보의 우리 문학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일보는 정성을 들여 한국문학의 성장을 도와왔다. 한마디로 한국문학의 요람이자 수호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뛰어난 전문적, 심미적 안목의 애정어린 문학 기사들은 언제나 우리들 작가에게 큰 격려가 되어 왔다.

무엇보다 더 큰 격려는 자발적 가난 속에서 암중모색하는 젊은 예술혼에게 주는 한국일보문학상이다. 통속소설이 판치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진정성의 본격문학을 옹호하는 이 상의 정신은 너무도 고귀하다.

부디 한국일보문학상이 비타협적 거룩한 정신으로 영원하기를!

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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