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이 젊어졌다. 30, 40대 젊은 예술가들이 연극계 흐름을 이끄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 겨울엔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극작가들의 진짜 젊은 연극을 동시다발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학로 활성화의 특명을 안고 괜찮은 신예 작가 찾기에 나선 공연장이 늘어난 까닭이다. 아르코예술극장의 '봄 작가, 겨울 무대', 게릴라극장의 '새 작가를 위한 무대' 등 창작 희곡에 목마른 한국 연극계의 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요즘 한창이다.
아르코예술극장이 12월 4~7일 소극장에서 선보이게 될 기획 공연에는 '봄 작가, 겨울 무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희곡작가들이 당선된 해 겨울에 선보이는 신작 무대라는 의미로 지난 봄 '신춘문예 당선작 페스티벌'을 통해 등단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작가 김지용 김혜순 박철민 이양구 이진경 정서하씨가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인 최용훈 아르코예술극장 극장장은 "뮤지컬로 대중의 관심이 쏠린 지금 극작가를 양성하는 것만이 대학로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면서 "신인 작가들이 등단 이후 한 차례 더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연극계의 신뢰를 쌓아가게 될 것"이라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다음 역'이라는 공통 주제와 3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쓰여진 이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은 극장이 선정한 6명의 연출가들에 의해 무대에 오른다.
이윤택씨가 이끄는 연희단 거리패의 전용극장 게릴라극장도 최근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잇따라 기획공연으로 소개하고 있다. '새 작가를 위한 무대1'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동라사'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호평 속에 공연을 마쳤고, 지금은 '새 작가를 위한 무대2'가 진행 중이다.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가전으로 제4회 수상자 김지훈씨의 '양날의 검'이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공연됐고, 제2회 수상자 남상욱씨의 '램프의 요정'과 제6회 수상자 이주영씨의 '카나리아 핀 식탁'이 8일부터 15일까지 공연된다.
게릴라극장의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문학상 당선작뿐 아니라 낙선작까지도 수용해 젊은 연극을 적극 발굴해 간다는 계획이다.
데뷔 작가를 지원하는 차원은 아니지만 두산아트센터 역시 아트 인큐베이팅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창작자와 잠재된 작품을 발굴해 문화예술의 중심에 서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로 지난 여름부터 국악인 이자람, 연출가 서재형씨 등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제작해 왔다.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극작가 성기웅씨가 쓰고 연출한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을 세번째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한두 작품을 선보인 뒤 지치기 쉬운 신인 극작가들이 대학로에 뿌리 내리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기 위함이다.
두산아트센터의 이수현 프로듀서는 "연극계의 장기 침체는 뚜렷한 스타 극작가가 없는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서 "제작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문제로 다른 매체로 빠지는 실력 있는 작가들이 공연 작가로 계속 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작가 지원 프로그램이 한국 창작극의 취약점인 문학성과 서사성을 높이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극평론가 김성희씨는 "제작비에 비해 관객 수가 적은 적자 공연이 대부분인 만큼 신인 작가는 좋은 작품이 있어도 공연계에서 버티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면서 "신춘문예 등 문학 수련을 거친 작가들의 작품 지원은 숙련되지 않은 소극장 연극이 범람하는 대학로에 이야기와 성찰을 함께 가져다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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