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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순례길 개발한 '제주 걷기 여행' 저자 서명숙씨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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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순례길 개발한 '제주 걷기 여행' 저자 서명숙씨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로 오세요"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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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한국인에게 그게 가능할까. 모두가 속도에 휩쓸려 가는 나라, 그 끝머리 제주에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주의 오름과 밭두렁과 바닷가 고샅을 이어 걸을 수 있는 길을 낸 이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51)씨. 9월초 발간돼 두 달 만에 1만권 가량 팔린 <제주 걷기 여행> 의 저자이기도 하다. 바다안개가 제주를 푸근히 감싼 4일, 서씨는 책의 독자들과 함께 말미오름에서 광치기 해안을 잇는 돌담길을 걸었다.

"열이면 열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재미있다, 즐겁다가 아니라 행복하다예요. 그 목소리엔 절실함이 묻어 있어요. 정신없이 사는 속도에 대한 피로감이 임계점에 이른 거죠. 잠시라도 느린 시간 속에 자신을 던지고 싶은 열망이 한국인의 가슴에 쌓여 있습니다."

등산화에 머리두건이 썩 어울리는 서씨는 주간지와 인터넷 신문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누구보다 바쁜 '지지고 볶는' 삶을 살았다. 녹초가 돼 떠난 칠레 산티아고 까미노(순례길), 그 길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800km의 칠레 여정은 서씨에게 '내 나라에 나만의 까미노를 만들겠다'는 소원을 남겼다.

"이 길을 만들겠다니까 누가 그건 국민소득이 3만불은 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난 한국인의 피로감은 이미 5만불 수준이라고 확신했어요."

서씨가 제주에 걸을 수 있는 길을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개발이 아닌 보존을 전제로 한 관광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었기 때문이다. 이방인들에게 길을 터 주기 위해 사유지를 개방하도록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길은 열렸다. 서씨는 그 길에 '마당에서 거리로 들고 나는 진입로'라는 뜻의 제주 말인 '올레'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레도 유명해지면 다른 곳처럼 파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는 섬이어서 올레도 충분히 보존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서귀포를 중심으로 100km 정도를 이었는데, 몇 해 안으로 제주도 전역을 띠처럼 연결할 수 있을 거예요."

서씨와 함께 한 독자들은 폭신폭신한 제주의 속살을 밟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제주의 진짜 매력을 설명하던 서씨에게 한 독자가 "평생 제주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서씨의 대답이 말미오름의 가을바람처럼 선선했다. "올레를 지키는 건 올레를 찾는 모두의 몫이에요. 길잇기가 마무리되면, 전 아마 다시 새로운 제 인생의 '올레'를 찾아 떠나게 되겠죠."

제주=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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