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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추의 역사' 기피하면서도 엿보고 싶은… 醜는 美보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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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추의 역사' 기피하면서도 엿보고 싶은… 醜는 美보다 다양하다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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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열린책들 발행ㆍ456쪽ㆍ5만5,000원

칸트의 <판단력 비판> 이나 헤겔의 <미학> 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개념의 틀 속에 넣으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의문은 뜻밖에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이 드물다. '추(醜)함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다.

<추(醜)의 역사> 는 생존해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중 한 명인 움베르트 에코(76)가 이 의문에 맞선 결과물이다. 그리스 신화부터 20세기 말까지의 온갖 '추한' 미술품과 문화 텍스트를 통해, 에코는 추의 기호학을 구축한다.

책은 에코의 전작인 <미의 역사> (2005)와 대칭을 이룬다. 시대 순에 따라 다양한 텍스트를 병치하고,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논지를 뒷받침한다. 이 책의 희소가치를 한껏 높여주는 것은 끔찍하거나 혐오스럽거나 징그럽거나 그로테스크한 미술 도판들. 어떻게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부터 브뢰겔, 보스, 고야의 작품들이 에코 특유의 백과사전적 지식과 결합해 펼쳐진다.

에코는 사람들이 추하다고 인식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ㆍ언어적 묘사 속에서, '추'가 인간 이성과 감성을 해방시켜 온 역사를 탐색한다. 그리고 죽음, 질병, 불완전성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것들에 자석처럼 끌리는 인간의 관음증적 충동을 파헤친다. 기피하거나 악으로 규정하고 적으로 여겨왔던 것들을 탐구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인정해 온 역사가 추의 역사라고 에코는 결론짓는다.

에코는 추함은 아름다움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이탈리아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아름다운 코는 일정한 기준을 갖는다. 반면 추한 코는 어마어마하게 풍부하다. 피노키오의 코, 넓적코, 얽은 코, 술주정뱅이의 코가 모두 가능하다."

그는 또 예술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의 구분이 사라져가는 현상에 대해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어린아이와 침략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여인, 이런 이미지를 접할 때 도덕적인 의미와 함께 육체적인 추함을 인식하게 된다. 예술이 흉측한 것들을 묘사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들을 위협하는 추함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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