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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정권의 적과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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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MB정권의 적과 동지

입력
2008.11.1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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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조울증에 걸린 것처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에 대한 음울한 소식이다. 금융업체들을 구제하는 위기 해소를 위한 첫 걸음일 뿐, 실물경제가 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 도움을 제공하려면 몇 가지 편견을 버려야 한다. 정부지출을 반대하고 책임 있는 재정을 요구하는 정치적으로 호응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늘리는 처방을 할 때이며 재정적자에 우려는 유보할 때다.>

자유주의-시장주의 '낯선 동거'

2008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인 4,500억 달러를 넘어 누적적자가 10조 달러에 달한 미국 정부에 대해 이처럼 더 적극적인 재정지출 정책을 주문한 사람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는 최근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지금은 대공황 같은 비상한 상황인 만큼 차기 정부는 균형재정이 최고의 선이라는 교과서적 '편견'을 벗고 경제가 필요로 하는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조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권장하는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학의 핵심 주제다. 이들은 정부가 세입을 초과해 지출해서는 안되며 항상 예산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케인스의 메시지에 나타났듯이 중요한 점은, 경제 침체기에는 적자지출을 활용하고 경제회복기에는 재정흑자를 기록하면서 (1년 단위가 아니라) 해당 경제순환 주기 전체에 걸쳐 민간부문의 행위를 상쇄하는 것이 정부역할이라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위선적인 개발도상국 억압구조를 밝히는 저작 시리즈로 유명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얼마 전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 오른 <나쁜 사마리아인> 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그는 선진국 신자유주의자들이 과거 위기에 처한 개도국에 지나치게 엄격한 재정ㆍ통화정책을 강요함으로써 곤경을 더욱 심화시켜온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진보적 자유주의자의 대표격인 두 사람이 뜻밖에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적 경기대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진영을 만나게 하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친기업적 친기득권적 정책기조로 인해 국내 진보주의 진영의 공세에 줄곧 시달려온 이명박 정부로서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계기를 찾은 셈이다. 집권 1년이 되도록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우왕좌왕하던 정권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이른바 MB노믹스를 밀어붙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는 말이다.

한미간 통화스와프 계약의 극적인 성사로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끈 정부가 어제 실물경제로 전이된 위기에 대처하는 종합처방을 내놓았다. 대규모 감세와 규제개혁에 이은 재정지출 확대가 핵심적 내용이다. 재정규모 팽창과 국가채무 확대에 특히 민감하고 부동산 규제완화에 동물적 거부감을 드러내는 풍토에서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재정카드와 부동산시장의 병목요인을 일거에 풀어버리는 방안을 서슴없이 꺼내든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회시정연설에서 "모든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는 결코 출항할 수 없다" "위험이 두려워 규제를 풀지 말자는 것은 선수가 다칠까 봐 경기에 내보내지 말자는 얘기" 등의 비유를 동원했을 때 예견된 처방이다.

하지만 거센 비바람을 막기 위해 우선 가설 텐트라도 쳐야 할 응급적 상황이 정책의 당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크루그먼이나 장하준 교수가 경기대책으로서의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한 배경에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취약계층이 더 힘들어진다는 지식인의 연민과 배려가 있다. "부자들의 가슴엔 대못을 박아도 되느냐"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세금을 내는 세제는 고쳐야 한다"는 식의 거칠고 투박한 논리로는 오히려 본말을 오도하기 십상이다.

재정지출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이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앞서 시정연설에선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의 1차 피해자가 될 다양한 취약계층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신의 아픔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 그것이 대통령의 속마음이고 MB정권의 철학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신감에 떠는 적만 양산할 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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