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점차 달궈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 방침을 확정했지만 민주당은 조기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도 결사반대다. 마찰이 클 수밖에 없고, 국회 통과도 쉬워 보이진 않는다.
한미 FTA 비준 논쟁의 핵심은 ‘굳이 지금 한국이 먼저 비준을 해야 하나’라는 것이다. 야당 등 조기 비준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히 두 가지 논리를 강조한다. 우선 한국이 선제적으로 비준했는데 미국의 새 정부가 재협상을 하자고 나오면 곤란해진다는 점이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대선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재협상을 수차례 거론한 마당에 한국이 비준한 뒤 미국에서 재협상 얘기가 나오면 꼴이 뭐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비준 후 오바마가 재협상하자고 하면 한국의 입지만 좁아질 뿐 아니라 만약 재협상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굴욕외교’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했다고 해서 미 의회나 차기 미 행정부가 압박으로 느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도 조기 비준 반대론자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미 의회는 FTA를 비준할 때 자국 내 사정을 따지지 한국 국회의 처리 여부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미 의회는 비준안 처리를 꿈도 안 꾸고 있는데 한국이 비준한다고 무슨 효과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피해 산업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비준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한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정반대 논리로 반박한다. 우선 ‘미국 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쩌냐’는 우려에는 “그 때문에라도 조기 비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진하 한미 FTA 비준 당정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2일 “한국이 비준안을 통과시키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TF 부위원장인 조윤선 대변인은 “한국 국회의 비준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거꾸로 한국이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이 재협상을 거부할 방어기제가 전혀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한국의 선비준이 미 의회에 압박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여권은 다르게 본다. 외통위원인 김충환 의원은 “국제법상 한쪽에서 통과된 것을 미국이 마음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 대책에 대해선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마련돼 있고, 계속 보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 위기 극복의 계기가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상임위에서만 일단 처리하고 본회의 처리는 의회의 움직임 등을 좀 지켜 본 뒤에 하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국민 홍보와 설득이 충분치 않은데 서둘렀다 자칫 여론 악화로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등에서다. 하지만 이도 최근에는 묻히는 분위기다.
한편 여권은 이날 황진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TF 구성을 완료하고 3일 첫 회의를 가지기로 하는 등 비준안 연내 처리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10일 비준안을 외통위에 상정해 17일께 통과시킨 뒤 의원외교단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준을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 하겠다”는 입장이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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