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비만의 계절이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로 식탁이 풍성해지는 데다가 여름철 허해진 몸을 보한다며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기 때문이다.
비만이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철저히 계획된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방심하면 인체 젖줄인 혈관 기능이 무력해져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의 해악성과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을철 식욕의 위협으로부터 혈관을 보호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에 대한 정보와 대비책을 알아보자.
■ 두 얼굴의 콜레스테롤
콜레스테롤은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질이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 합성에 도움을 주며, 음식물이 소화되는 데 필요한 담즙산을 구성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3분의 1 정도는 음식을 통해 흡수되고 나머지는 우리 몸에서 합성되는 콜레스테롤은 종류별로 맡은 역할이 다르다. 보통 검진표에 기록된 총 콜레스테롤은 LDL, HDL, 중성지방을 합한 수치다.
쉽게 말해 LDL은 '유조차', HDL은 '청소차'로 비유할 수 있다. LDL은 간에서 생성된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는 전신 조직으로 운반하고, HDL은 동맥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운반해 혈관을 청소한다. 이 때문에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이 둘은 균형이 잘 맞으면 문제 없지만 LDL이 지나치게 많고 HDL 수치가 떨어지면 처치 곤란의 지질들이 혈관 벽에 축적돼 고지혈증이 된다.
여기에 중성지방까지 가세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중성지방은 LDL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관 속에서 LDL과 결합해 단단한 지질 벽을 만드는데, 지방식을 멀리하더라도 과도한 당분을 섭취하고 과음을 하면 급증한다.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역할별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파악하고 지방질 섭취와 탄수화물 섭취량, 음주량을 조절해 나가야만 한다.
■ 적정한 콜레스테롤 수치
최적의 콜레스테롤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NCEP)에 따르면 총 콜레스테롤은 200㎎/㎗ 미만, LDL 콜레스테롤은 100㎎/㎗ 미만, HDL 콜레스테롤은 60㎎/㎗ 이상이 최적이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자라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관상동맥질환 계통의 가족력, 흡연, 당뇨병 등 위험 인자가 있으면 좀더 엄격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위험도가 극히 높은 사람은 LDL 콜레스테롤을 70㎎/㎗ 이하로 강력히 조절해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세 이상의 모든 성인은 매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아두도록 권하고 있다.
■ 10% 줄면 심장질환 사망률도 20% 낮아져
고지혈증이 생기면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동맥경화증이다. 더욱이 고지혈증은 자각증상이 없어 대부분 동맥경화증으로 진행돼 합병증까지 생긴 뒤에야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동맥경화증 중에서도 심장에서 다른 부위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근경색증이나 뇌경색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해진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을 10% 낮추면,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20%, 심근경색 발생률은 17% 정도 낮아지며, 심근경색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관상동맥 경화증 관련 사고도 23% 이상 낮출 수 있다.
■ 생활 속 관리요령
고지혈증의 1차 치료법으로는 운동요법과 식이요법, 체중조절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운동요법으로는 하루 30분 이상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늘려 심혈관질환의 발생과 사망률을 떨어뜨린다.
가을에 제철을 맞은 섬유소가 풍부한 야채, 과일을 하루 5번 이상 먹으면 큰 도움이 된다.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한 정제되지 않은 곡물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육류 대신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올리브 기름, 카놀라 기름, 등푸른 생선 등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생선은 1주일에 두툼한 생선 2마리 정도 먹는다.
포화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는 저지방 우유도 좋다. 육류 섭취 시 동물 내장, 간 및 알 종류에는 콜레스테롤이 특이 많으므로 피하고, 붉은 색이 도는 소고기, 돼지고기도 되도록 적게 먹어야 한다.
필수 단백질은 닭고기나 오리고기처럼 흰색 고기로 섭취한다.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더라도 튀기는 과정에 변성이 일어나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기므로 튀긴 음식류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 콜레스테롤 수치 10년마다 10㎎/㎗↑
관상동맥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히는 고지혈증 치료를 위한 콜레스테롤 기준치가 강화됐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고지혈증에서 비롯된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현재 총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된 고지혈증 치료제 투여 인정기준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포함했다.
국내의 경우 식생활 서구화 등으로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가 10년마다 10㎎/㎗씩 높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1㎎/㎗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 발생위험은 2~3%까지 증가한다. 미국의 경우 ▲총 콜레스테롤 200㎎/㎗미만 ▲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 ▲HDL 콜레스테롤 6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강보험 규정은 고지혈증 치료제 투여 기준을 총 콜레스테롤 수치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치료 시점 권고치도 높게 책정돼 있다.
따라서 미국 국립 콜레스테롤 교육 프로그램(NCEP) 지침에 따라 관상동맥질환이 있던 환자나 이에 상응하는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 100㎎/㎗ 미만을, 위험요인이 2개 이상이면 130㎎/㎗ 미만, 위험요인이 없거나 1개면 160㎎/㎗ 미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 고려대 의대 순환기내과 오동주(고대안암병원장) 교수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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