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후보 시절 "북한 지도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인 부시 행정부와 달리 오바마는 한반도 정세에 '순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너무 빨리 속도를 내면 북한과 경색국면에 있는 이명박 정부와는 엇박자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당선이 미칠 영향을 ▦북핵문제 ▦한미동맹 ▦남북관계로 나누어 살펴본다.
북핵문제
오바마 당선자는 9월 TV토론회에서 "우리가 응징하려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효과가 없었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오바마는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 비핵화 2단계 마무리를 앞두고 정체국면에 있는 북핵문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에 유연하고 과감하게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이 화답할 경우 부시 행정부 시절 단절된 북미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7월 연설에서 "북한이 불법적인 핵프로그램을 검증이 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더 큰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화에는 나서겠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메시지다. 따라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북미간 밀월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오바마의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북의 민감한 현안인 인권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한미동맹
한미관계는 1993년 '김영삼-클린턴', 2003년 '노무현-부시' 등 집권 초기 정부의 성향이나 비전이 서로 달라 불협화음을 냈던 전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당선 이후 한미관계는 일단 한미 양 정상의 엇갈린 성향으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바마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미동맹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가 당선되자마자 청와대가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하고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가 재협상 불가피론을 펼쳐 벌써부터 엇박자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로 보면 큰 틀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바마가 정책목표로 제시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글로벌 동맹'은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합의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또한 오바마는 다자협력의 틀 속에서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고 있어 '글로벌 외교'를 통해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이 대통령의 기조와도 어긋나지 않는다. 전시작전권 전환, 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이전 등 현안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관계
오바마 당선자가 북미 대화에 의지를 보이는 것은 역으로 남북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미관계가 속도를 내면 북한이 남한을 소외시키는 '통미봉남'을 강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수층의 지지를 업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선제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물론 오바마 진영은 "당장 내년 1월에 평양으로 날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전제조건으로 북한과의 상호 신뢰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북미관계 진전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출 경우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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