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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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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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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큰 일을 해냈다. 선거를 통해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시대'를 열었다. 지구촌을 엄습한 경제위기의 와중에서 그의 등장이 희망과 긍정으로 다가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 세계인들 대부분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어 갈 미국의 변화, 나아가 세계의 변화에 적잖은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범위를 한반도로 좁히면 우리로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러한 변화를 기다려온 지도자들 가운데 포함돼 있기를 간절히 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바마 당선자가 일찍이 "북한, 이란 등 '악의 축' 국가의 지도자들과도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터여서 더 그렇다.

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려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관계정상화의 길로 나아간다면, 그래서 남북이 함께 통일을 지향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또 이러한 도달점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핵 포기와 북미 정상회담의 선후 관계를 놓고 굳이 인색할 필요도 없고 이 과정에서 한동안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당한다고 해도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핵 6자회담이라는 국제적 틀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보다는 북미간 직접 담판을 선호하는 듯한 오바마 당선자의 '담대한 희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춰갈지는 속단키 어렵다. 어떤 경우든 그의 구상이 우리의 국익과 충돌하지 않도록 현실을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숙명이다. 이러한 인식은 북핵 문제에서 한미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실 비판적 시각에서는 오바마 당선자의 '조건없는 만남' 주장은 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슬로건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그와 그의 참모들도 나중에는 "조건은 없지만 준비는 할 것",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매우 신중히 준비해야 하고 가장 먼저 한국과 이 문제를 상의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적 살붙이기를 시도했었다.

오바마 당선자가 대화를 강조하는 만큼 북미 관계에 순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북핵 문제의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어렵사리 북핵 검증 합의와 테러지원국 해제에까지 이르렀지만 북핵 6자회담이 참여국의 국내 정치에 과도하게 휘둘리게 된 것은 이미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정치 과잉, 이념 과잉의 우를 범했던 것은 주로 우리쪽이었지만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통해 소수 지지자들을 감동시켰을지 몰라도 북핵 폐기 국제 공조엔 큰 상처를 입혔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반대편을 지향했고 나타난 결과는 정책의 실종이었다. 보수 정서에 기대 남북간 기존 합의를 경시하다가 북한의 반발로 진퇴양난하는 사이에 아예 정책이 없어져 버렸다. 있다면 북미 협상 결과에 이의를 달지 않는 대미 추종주의 정도일 것이다. 북한을 대할 때 가장 나쁜 것은 좌ㆍ우편향이 아니라 일관성의 결여라는 지적은 그래서 경청할만하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로 몽니를 부리고 있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임기말 정치적 필요에 몰려 불완전한 북핵 검증에 합의, 스스로의 원칙을 훼손했다. 이제 경계해야 할 것은 오바마 당선자라고해서 북핵 문제를 과도하게 '정치화'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가 시급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북핵 대처에선 정치적 욕심을 배제하고 차분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하기를 바랄 뿐이다.

고태성 피플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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