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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 희망을 살리는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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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영화 희망을 살리는 처방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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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기 영화진흥위원회가 드디어 영화진흥정책을 발표했다. 출범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변변한 진흥정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고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이제 새로운 진흥정책의 실체가 드러났고, 앞으로의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7일 영진위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활성화 단기대책'의 큰 축은 두 개이다. 하나는 투자와 제작의 활성화, 또 하나는 신규시장 창출이다. 투자와 제작의 활성화를 위한 4개 대책으로는 800억원 펀드 조성, 30억원 제작지원, 10억원 기획개발, 2009년 사업예산 조기집행을 들었다. 다운로드 시장의 확대, 무너진 DVD시장과 다큐멘터리시장의 창출, 영화산업 상생협약 추진 등 신규시장 창출에 해당되는 정책들 역시 새로운 것이라 볼 수 있다.

영진위는 또 영화산업의 세 축인 제작, 배급, 상영을 조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제작 부분에서는 투자 위축 및 작품 생산저조에 대해 펀드 조성과 기획개발 투자로 산업의 활기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했다. 배급에서는 외화에 비해 불리한 극장과 제작배급사의 부율관행을 시정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영화산업의 상생협약이라는 처방을 들고 나왔다.

상영구조에서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다양한 저예산영화의 수익률 하락에 대해 역시 상생협약의 처방을 제시한다. 돈을 집결시키는 데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상생협약에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최대는 아니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을 기대한다.

물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협약의 성공을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할지 고려도 해야 한다. 부가시장 창출을 위한 DVD시장 복원이나 다운로드 시장 확대 역시 말이 아닌 구체적 정책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규시장 창출을 위해 취할 세 가지 방안은 나름대로 획기적인 것이다. 제 4기 영진위 정책의 핵심은 이 부분 신규시장 창출에 있다. 한국영화계의 어려움을 단기적 과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장기적 과제로 보았다는 얘기도 된다. 영진위는 제도 개선보다도 인간의 신뢰와 건전한 시민정신에 바탕한 타협을 강조했다. 강한섭 위원장이 밝히는 '신사협정'이란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시장의 자율성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진위는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중심에서 독려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나 정파에 편향되지 않고 시장 자율성이 가동되고, 다수의 종사자들이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은 이 부분이지, 1,000만 명 넘은 영화가 몇 편이라든가, 한국영화 점유율이 몇 %라든가 하는 통계수치엔 이제 관심을 꺼야 한다.

한 두 가지 더 바라고 싶은 부분도 있다. 신규시장 창출에 대한 중ㆍ장기 계획이 빨리 나와야 한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세세한 로드맵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것만 달성해도 4기의 역할은 충분하리라 본다. 그 신규시장에는 해외시장과 방송 드라마시장도 포함시켜야 한다.

신사협정에는 힘있는 메이저 투자배급사도 중요하지만 힘없는 산업노조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당부도 하고 싶다. 비상업영화(비상업 다큐멘터리, 실험영화)를 진흥하는 중ㆍ장기 정책도 있어야 한다. 비상업영화의 보급이야말로 정부가 영화를 문화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이자 영진위의 존재 이유이다.

정재형 동국대 연극영상학부교수ㆍ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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