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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아메리카 승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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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아메리카 승리의 날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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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4일 실시된 대선에서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생소한 아프리카 이름을 가진 47세의 흑인을 44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지 146년, 흑인남성이 투표권을 얻은 지 138년 만에 일어난 천지개벽의 변화다.

"이제야 남북전쟁이 끝났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많은 사람들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다" 는 연설을 떠올렸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그는 1963년 워싱턴에 운집한 수십만 군중 앞에서 "이 나라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서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꿈,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깔이 아니라 본질로 판단 받는 나라에서 사는 꿈"을 외쳤다.

그가 백인 암살자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지 40년 만에 그 꿈이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일리노이주 새내기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는 이번 대선에서 피부색깔이 아닌 '본질'로 평가 받아 대통령이 됐다.

5일 밤 시카고의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당선 축하 집회에서 오바마는 "미국에서는 모든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건국 주역들의 꿈이 이 시대에도 살아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민주주의의 힘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대답이다"라고 연설했다. 투표로 '대답'을 만들어 낸 벅찬 기쁨에 흑인도 울고 백인도 울었다. 그들의 눈물 속에서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아픈 상처가 치유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제야 남북전쟁이 146년 만에 끝났다"고 썼다. "1861년 7월 21일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버지니아주에서 시작된 남북전쟁은 2008년 11월 4일 백인 다수가 흑인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한 바로 그 주의 투표함이 개봉되면서 비로소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역사의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했다는 흥분으로 열광하고 있다. 패자인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도 "오바마의 당선으로 우리는 미국의 명성에 오점을 남긴 정의롭지 못한 역사, 잔인하고 끔찍한 편견의 시대로부터 멀리 떠나왔다…우리는 역사를 만들지 역사로부터 숨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완강했던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국가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았으며, 확실하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인종문제뿐 아니라 다른 많은 편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의식혁명이 시작됐다.

오늘날 지구상의 유일한 제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은 이제 역사의 오점을 씻어내고 한 단계 올라감으로써 그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에 걸맞은 '소프트 파워' (문화적 힘)를 갖추게 됐다. 미국 유권자들은 상처 받은 미국의 건국이념을 싱싱하게 살려냈고, 뼈아픈 콤플렉스에서 벗어났다.

아시아에도 소중한 교훈으로

미국의 힘은 끝없는 자기성찰과 쇄신에서 나온다. 또 다문화 다민족이 하나의 이상을 향해 힘을 합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원동력이다. 과거의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미국의 진취적 기상은 역사의 포로가 되어 오늘과 내일을 자주 망각하고, 인종문제로 갈등을 빚는 아시아에 귀한 교훈이 돼야 한다. 세계화가 숨가쁘게 진행되는 오늘 다민족 다문화 국가는 예외가 아닌 하나의 보편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아메리카 승리의 날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의 승리나 공화당의 패배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하나의 이상을 향해 뭉쳐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전진하는 데 성공한 승리의 축제로 기록돼야 한다. 뛰어난 웅변가이고 문장가인 오바마의 멋진 연설들을 들으면서 우리의 가슴도 뛰고 있다.

오바마 앞에는 그의 말대로 두 개의 전쟁과 위험에 빠진 환경문제와 금세기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인종의 벽을 뛰어넘어 자신을 뽑아준 위대한 유권자들을 잊지 말고 두려움과 겸손함 속에서 길을 찾으라고 아메리카의 첫 흑인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에게 말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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