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침내 흑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1789년 초대 조지 워싱턴 이래 지속된 ‘백인 통치’를 마감하게 됐다. 불과 1년 전까지 한갓 허망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여긴 아프리카 케냐 출신 유학생의 아들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담한 도전이 초강대국 미국의 새 시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위대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완고한 인종적 편견의 벽을 단숨에 허물고 올해 47세의 흑백 혼혈 정치인을 새 지도자로 뽑은 미국 국민의 위대한 선택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미국민의 역사적 선택이 미국과 세계의 밝은 미래를 여는 대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줄곧 외친 오바마는 당선 연설에서 “미국에 변화가 왔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리더십에 새 아침이 밝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다짐과 선언을 충실히 실천에 옮겨 자유와 평화, 정의와 평등의 고상한 이념과 가치가 미국과 국제 사회에 널리 구현되기를 세계와 더불어 기대하고 소망한다.
“모든 게 가능한 미국 민주주의의 힘”
오바마는 예상을 넘어선 압도적 승리를 “모든 것이 가능한 미국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규정했다. 외부세계도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미국이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가 위대한 성공을 거둔 근본은 바로 이런 미국의 실패와 잠재적 역량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확신을 앞세워 탁월한 언변으로 국민에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벅찬 희망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보수주의 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던 미국사회에 ‘변화의 열망’이 팽배한 것은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정치적 과오와 금융위기가 상징하는 경제적 실패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은 9ㆍ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이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하며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외쳤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막대한 전비 지출과 인명 희생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안전은 멀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은 오히려 위축됐다.
특히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은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을 키웠다. 또 기후변화 대책 등에 관한 오만한 일방주의 대외정책은 유럽 우방을 비롯한 세계의 반발과 갈등을 불러, 국가 이미지와 위상을 크게 훼손했다.
이런 가운데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와 정책을 무리하게 좇은 결과, 빈부격차와 계층갈등이 갈수록 확대되고 체제와 정치 리더십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무너졌다. 대선을 앞두고 폭발한 금융위기는 이런 총체적 실패를 충격적으로 입증했다.
유례가 드문 국가 위기상황에서 미국민이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1862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에 비유될 정도로 용기 있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자신은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곧 ‘전국민 의료보험’과 ‘국민 90%를 위한 감세’ 및 ‘공교육 재건’ 등을 공약한 것을 일깨운 것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금융제도에 대한 규제 강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경제사회체제 전반의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의 당선을 ‘새로운 미국’의 출발로 평가하는 이유다. 특히 젊은 유권자 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사실은 미국 정치와 사회의 세대 교체와 의식 변화를 상징한다는 풀이다.
미국ㆍ세계의 변화 깊이 있는 성찰을
물론 오바마의 성공이 적어도 최근 50년 사이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업적으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가 위기 탈출을 이끄는 데 실패한다면, 석유의존 탈피를 통한 이른바 ‘에너지 독립’을 비롯한 모든 담대한 비전은 쓸모없게 된다. 세계가 미리부터 이번 선거를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주시한 또 다른 이유이다.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 종결 등 과거 유산의 청산과 함께 “우방과 적을 가리지 않는 대화”를 표방했다. 북한 핵 문제 등 우리와 얽힌 현안과 과제를 풀어가는 데도 유리한 환경을 기대할 만하다.
다만 당분간 경제위기 극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대외정책에서 당장 큰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성급하다. 우리 사회도 저마다 편한 대로 미국의 변화를 가늠하며 소모적 논쟁을 하기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성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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