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독일기/이지누 지음/호미 발행ㆍ316쪽ㆍ1만1,000원 뭐라, 내한테서 찔레꼿 냄새가 난다꼬/이지누 지음/호미 발행ㆍ256쪽ㆍ1만원
오리지날 옛 한국인들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책 두 권이 눈길을 끈다.
'우리땅밟기'라는 문화답사단체를 이끌면서 한국적인 풍경과 문화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온 사진작가 이지누씨의 책이다.
<관독일기 - 잠명편> 은 옛 선비들이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예방하며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 지은 글인 '잠(箴)'과 '명(銘)'을 읽고 그에 대한 저자의 감상과 자기반성을 쓴 글을 모았다. 관독일기>
"분함을 경계하고 욕심을 막으며/ 허물을 고쳐 착한 곳을 옮겨라/ 이미 징계하였거든 움직이지 말고/ 이미 막았거든 생각하지 말며/ 이미 고쳤거든 다시 하지 말고/ 이미 옮겼거든 변하지 말라/ 족히 스스로 닦을 것이지/ 죽도록 변치 말고 힘쓰라"(형암(炯庵) 이덕무(李德懋)의 '자수잠(自修箴)'). 저자는 이 글을 읽고 "부끄러워져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면서 "그가 말하는 대로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닦기를 죽도록 변치 말고 힘쓸 것임을 다짐했다"고 썼다.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마라", "차라리 낮을지언정 높지 마라", "홀로 갈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마음에는 빈 곳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글은 보지 못한 장유, 신흠, 이규보, 안정복, 윤휴, 이항복, 이덕무 등 옛 선비들이 쓴 잠과 명을 매일 밤마다 읽는 저자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이덕무가 남긴 <관독일기(觀讀日記)> 를 본 뒤 한눈에 반해 2002년부터 같은 형식으로 독서일기를 써왔으며, 이 책은 지난해 중양절(음력 9월9일)부터 90일간 쓴 것이다. 관독일기(觀讀日記)>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 는 하루에 버스가 네 번 드나드는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동의 깊은 산골에서 한평생 농사를 짓다 간 토박이 문상의 할아버지와 만난 이야기다. 저자가 성주 장터에서 거의 백살 먹은 할아버지가 꼿꼿하게 농사를 짓고 산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1999년 가을부터 2002년 여름까지의 기록이다. 뭐라,>
그때 '담배를 끊은 지 75년 된' 할아버지는 불쑥 찾아온 마흔을 갓 넘긴 저자를 편안하게 맞이했고, 저자는 무시로 문 할아버지의 집을 찾아 농사일을 거들면서 일상을 함께 했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고, 탈곡기 외에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이 옛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에게서 저자는 불가(佛家)의 선사들보다 더한 깊이와 넓이, 아름다움을 느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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