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이번 선거는 조지 W 부시 정부 8년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은 부시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아시아연구센터 동북아 선임연구원과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으로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 핵 협상을 맡았던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현 일본 아키타 국제대학 한국학 교수)로부터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책 방향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클링너 연구원은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 그의 사무실에서, 퀴노네스 박사는 서면을 통해 이뤄졌다.)
■ 브루스 클링너
-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매케인 후보는 공화당 양쪽에서 공격을 받았다. 한쪽에서는 너무 우파적이라고, 다른 한쪽에서는 보수 이념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공격했다. 이민정책 등에서 오락가락했고, 소신에 충실하다는 매버릭 이미지도 살리지 못했다. 가장 큰 패인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실패이다. 최악의 지지도를 보인 부시 정부의 8년 기록은 매케인이 극복하기 힘든 불이익을 주었다. 누가 나왔어도 공화당 후보는 힘든 싸움을 했을 것이다.”
- 부시 정부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공화당 이념에 충실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 균형재정, 정부개입 최소화를 지향한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이 모든 점에서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 오바마 당선자가 백인 유권자에게도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반감을 갖는 백인들도 많을 것 같은데.
“미국민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것이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나 반감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피부색은 중요치 않다. 그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의제가 중요하지 피부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도 오바마에 대한 비판은 피부색이 아닌, 그의 정책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콜린 파월이라는 최초의 흑인 장관을 경험했다.”
- 오바마가 여러 차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했는데.
“오바마는 자동차 시장 개방과 관련한 조항이 바뀌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는 자신이 기본적으로 보호주의자가 아니며 FTA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콜롬비아와의 협정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행동으로는 보호주의적인 면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면 미 의회가 FTA를 비준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바마는 여건이 달라지지 않는 한 FTA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선거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 비준은 가능성이 없고 내년에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금융위기 등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고 민주당 의회가 노조의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다.”
- 오바마 정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조기 회담이 성사될까.
“오바마는 적대국 정상들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말했다가 순진한 생각이라는 등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후퇴했다. ‘준비가 필요하다’ 거나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물러섰다. 내년 1월 21일 취임식 이후 김정일을 만나러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등의 기대는 금물이다. 이는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
- 오바마 정부에서 북미정상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북미 정상화는 먼 길이다. 6자회담 성공에 더 주목하는 게 현실적이다. 부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지 않아 6자회담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2년 동안 북한은 양자회담, 다자회담 등을 통해 일부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유연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검증문제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에 있지 미국에 있지 않다.”
- 북한과 미국 새 정부와의 핵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오바마 정부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접근법, 즉 전혀 얻지 못하는 것보다 반이라도 얻는 것 낫다는 생각을 계속 받아들일 것이다. 다만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는 과거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처럼 북한이 다시 합의를 어기지 않도록 확실한 검증을 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진보적인 오바마 당선자와 보수적인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잘 맞을 것 같나.
“오바마는 가장 리버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건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회창, 정동영과 달리 실용주의 중도파라고 생각한다. 물론 새 대통령과의 조율은 필요할 것이다.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90년대 김영삼-클린턴 정부, 2000년대 김대중, 노무현-부시 정부 등 엇박자로 정권이 들어섰던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앞으로 일본, 한국 방문에서 아프간 증파를 요청할 것이다. 이것이 정상 간 첫 의제가 될 것이다.”
- 한국의 집권당이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를 요청하고 있는데,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오바마는 이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작권 이양은 한국 대통령이 요구해 미국이 응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미 국방부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뿐이다. 이양까지 많은 검토 단계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한국이 우려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브루스 클링너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에서 한국담당 부국장 등으로 20년간 근무한 한반도 전문가
▲CIA '코리아 이슈 그룹' 부소장
▲정치위기 평가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에서 한국 담당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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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스 퀴노네스 "6자회담 열쇠는 美아닌 中"
- 이번 대선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선 미국의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민의 자세가 달라졌다. 더 이상 백인이 다수가 아니라 라틴계나 아시아계 등 다양한 소수인종이 미국민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미국의 신뢰가 떨어지고 금융위기가 터진 와중에 선거가 치러졌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선거 이후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 오바마 정부에서 6자 회담이 갖는 중요성은.
"6자회담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6자회담의 열쇠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갖게 될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권이 지난 2년간 취했던 대북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 오바마 당선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면도 언급했는데,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한다. 먼저 미국과 북한의 양자 대화가 복원되고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핵 문제는 매우 장기적인 문제이다."
-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 이것이 오바마 새 정부의 대북접근에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북한은 핵 프로그램에 관한한 강력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 플루토늄이 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조만간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면에서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을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전임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민에게 최선인 것을 해야 한다."
- 미국에서는 진보정부가 탄생했다. 한국은 보수정권인데.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한국과 미국은 같은 입장이다. 북한 핵 개발을 종식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양국 정부가 대북 접근법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미국 대통령의 피부색이나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정책적으로 얼마나 깊이 개입하려는 의지가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부시 정권은 그렇게 하기를 거부했다.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나 아소 다로 현 총리 모두 보수정부이지만 역시 보수 정부인 부시 대통령과 결코 관계가 편하지 않았다."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재배치, 전작권 이양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내 생각에 미국 차기정부는 전작권 이양 시한에 대한 재협상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전작권 이양 문제는 한미 양국 간에 마찰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추구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의 방위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미국에 대한 한국의 감정이 나빠졌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쇠고기 반대 시위 등 반미감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한국인은 미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 정치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국가라면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할 권리가 있다."
- 중국이 국제 리더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충돌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오바마 정부의 대 중국 관계를 전망하면.
"협력을 통해서 양국이 전략적 경제적으로 얻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미중 관계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처럼 미중 관계도 긴장관계가 없지 않겠지만, 결국은 대화로 차이를 해소할 것이다."
■ 케네스 퀴노네스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부 북한 담당관
▲북한 10여차례 방문한 북한통으로 97년 은퇴할 때까지 북한과의 핵협상, 실종 미군유해 발굴 협상 등에 관여
▲국제 구호단체인 머시코의 동북아 프로젝트 담당 국장
▲현재 일본 아키타 국제대학 학국학 교수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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