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쇠, 돌, 물, 흙 등 다양한 소재의 속성에 집중해온 조각가 심문섭(65)씨의 개인전 '제시(The Presentation)'가 5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와 소격동 학고재에서 동시에 열린다.
1980년대 나무를 이용한 조각 '목신' 연작으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심씨는 최근 프랑스, 중국 등 주로 해외에서 전시를 가졌다. 한국에서는 2001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전시한 게 마지막이고, 서울로 치면 12년 만의 개인전이다.
심씨는 "12년 동안 집 떠난 홍길동처럼 밖으로 떠돌면서 밀린 숙제가 많았다. 12년의 보고서를 쓰다 보니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2곳에서 나눠서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고재에는 조각과 설치물들이 전시된다. 배처럼 누워있는 나무 기둥 위에 대나무가 꽂혀있고, 뒤에 놓인 흰 캔버스가 그 모습을 비춘다. 오래된 중국산 식탁의 가운데에 투명한 비닐관들이 세워져 있는가 하면, 날짜 지난 신문지 뭉치와 돌덩이를 함께 묶은 광섬유가 빛을 내고, 커다란 바위 사이의 구멍에서는 물이 흐른다.
각각의 재료들은 원래의 형태를 간직한 채 원초적인 자신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대조적인 다른 소재와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심씨는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 침투되고 교감되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에는 조각 외에 심씨의 사진과 드로잉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파리 팔레루아얄 공원과 니스 아시아미술관에서 전시됐던 것으로, 국내에서는 첫 공개다.
설치작품의 구상을 위해 풍경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그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기 위해 사진 위에 먹이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재편된 자연, 혹은 내 식대로 차용된 자연"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심씨는 40여년간 '조각의 형태'가 아닌 '소재의 물성'에 집중하며 조각의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난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다. 제1회 김세중조각상,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을 받기도 했다.
"선배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하다 보니 늘 반(反)조각, 조각계의 이단아라는 이름이 따라다녔다"는 그는 "최근 작품이 많이 부드러워졌는데 혹시 연애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갤러리현대 (02)734-6111, 학고재 (02)739-4937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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