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오늘 버락 오바마 당선자에게 세계 각국 정상들의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의 한결 같은 환영 찬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는 각국의 외교적 이해가 농축돼 있다. 수사가 화려할수록 앞으로 국제무대와 양자 관계에서 부닥칠 갈등의 요소는 더 두드러질 수 있다. CNN방송은 "지구적 차원의 감동의 물결이 걷히고 나면 냉혹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국의 정상의 축하 메시지의 이면에 깔려 있는 현안과 속셈을 짚어본다.
▦ 중국
후진타오(胡錦燾) 중국 국가 주석은 신속히 오바마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내심 통상 무역 마찰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 보호주의무역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은 미 민주당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위안화 절상 문제가 미중 관계를 긴장 관계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하지밍(哈繼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미국의 수출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사이에 무역 역조 현상과 위안화 환율 문제가 커다란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지도부는 녹색 환경 정책을 앞세우는 오바마 당선자가 중국에 탄소가스 배출 감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이미 미국의 탄소배출량을 넘어선 중국에 압력이 가해질 경우 중은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소수인종 출신의 오바마 당선자가 티베트 문제로 대표되는 중국 소수민족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 양국간 마찰이 일 수도 있다.
▦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축하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해 출마 선언 이후 성명 등을 통해서는 일본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아시아 외교에서 중국을 중시하면서 일본측에 경계감을 표시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일본은 오바마 당선자가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나설 경우 엔화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높아지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오바마 당선자가 아프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유지할 의지를 밝히고 있다"며 "오마바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육상자위대의 아프간 본토 파견을 요청할 경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통신은 "참의원을 장악하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육상 자위대 파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 관례로 볼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우호적인 발언을 오바마 당선자에게 일성을 던졌다.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이 확정된 5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연례 국정 연설에서 "특정 국가의 이기적 목적 달성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별도로 발표된 의례적인 오바마 대통령 당선 축전과는 톤이 달랐다.
CNN방송은 "8월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군사적으로 충돌한 뒤 양국이 신냉전으로까지 관계가 악화돼 있다"며 "조지 W 부시 정부가 러시아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동유럽국가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러시아의 관계 개선은 오바마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며 "러시아 권부는 오바마 당선자가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고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기 전까지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방송은 "러시아 권부 일부에서 오바마를 대화가 가능한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유럽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 정상은 오바마 당선자의 협력과 대화를 강조하는 외교 스타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일방적으로 침공하고 파병을 요청하는 식의 일방주의적 외교 스타일을 구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나와 프랑스 국민의 따뜻한 축하를 전한다"는 축전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안보, 지구 온난화 등 구체적 이슈에서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 AP통신은 "오바마 당선자가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아프간 국민은 여러분의 군대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며 "유럽 국가들에게 세계 분쟁 해결에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부시 정부가 줄기차게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면서 환경 친화적인 유럽과 대립각을 세워왔다"며 "교토의정서에 비준을 할 경우 미국 기업의 제품 제조 원가가 상승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당선자도 쉽게 유럽의 교토의정서 비준 요구에 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중동
팔레스타인 등 이슬람 세계는 '후세인'이라는 아랍식 중간 이름을 가진 오바마 당선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그간 적대적 관계를 맺어온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에게 이례적으로 환영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오바마 당선자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비간섭 노선에서 벗어나 중동 평화를 위해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오마바 당선자가 실제로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 아직 확신을 못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국의 중동 전략 목표인 안정적인 석유 자원의 확보, 이스라엘의 안보 우선은 오바마 정권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바마 당선자가 유세 기간에 미국의 600만 유대인을 대표하는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통제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오바마 당선자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오바마 당선자가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갈등이 깊어질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bskim@hk.co.kr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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