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내고 잠적한 강남 부유층 계모임 '다복회'의 계주 윤모(51ㆍ여)씨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4일 피해자 박모(54)씨 등 2명이 윤씨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함에 따라 윤씨 소재 파악에 나서는 한편, 고소인들을 상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다복회 회원은 고위 관료와 변호사,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 등 강남 부유층 600여명 선인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규모도 당초 알려진 1,000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구좌가 1억원인 이 계에 10개 이상 구좌를 갖고 있는 회원을 포함, 전체 회원의 30% 이상은 두 개 이상의 구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회의 주변에서는 회원들의 실명도 거론되고 있다. 여가수 K씨, 개그맨 P씨, 개그우먼 K씨, P씨 등 연예인과 전현직 고위 공직자 L씨와 A씨 부인 등이다.
실제로 3일 윤씨 아들 명의의 서울 도곡동 대형음식점에서 열린 대책회의에 고급 외제차를 타고 온 피해자 김모씨는 "공직자인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조용히 마무리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다복회=대한민국 상류층'이라는 식의 일종의 '귀족 마케팅 방식'을 회원모집에 활용했다. 윤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강남 일대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해왔는데, 이 때 알게 된 연예인, 고위층 인사 부인 등을 전면에 내세워 2001년 '다복회'를 만들었다.
윤씨는 모임에 유명 연예인을 참여시켜 신뢰도를 높이고, 금색으로 '다복회'라고 적힌 빨간색 수첩을 나눠 줬다. 빨간색 수첩은 강남의 부유층 여성 사이에서는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윤씨는 신입 회원을 기존 회원의 추천에 의해서만 받아들이고 점 조직 형태로 운영했다. 이 때문에 회원들 3~4명은 친했지만 다른 회원들은 윤씨 외에 잘 알지 못했다.
올 봄 신입 회원으로 모임에 참석했던 이모(43ㆍ여)씨는 "회원들은 벤츠 S클라스나 BMW 등을 타고, 옷이나 핸드백도 일반 명품이 아니라 럭셔리 명품을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모임에 끼고 싶었으나 남편이 만류하는 바람에 계에 들지 않아 화를 면했다"고 말했다.
다복회는 크게 낙찰계와 번호계로 운영됐다. 받을 돈을 경매방식으로 적어내는 낙찰계의 경우 앞 순번은 주로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갔고, 수익률이 높은 후순위는 주로 공직자 부인들에게 돌아갔다.
한 공직자 부인은 26개월간 6,000여만원을 내고 1억원을 타간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계는 정해진 순번에 따라 불입액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다복회는 지난해부터 일부 사채업자들이 신입 회원으로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피해자는 "윤씨가 잠적한 것도 사채업자 계원이 곗돈을 안내고, 이를 윤씨가 다시 사채로 무리하게 막다가 터진 일"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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