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ㆍ미 양국간 경제정책은 확연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두 나라 정상의 경제정책 이념을 일컫는 'MB노믹스'와 '오바마노믹스'는 공통 분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경제공약은 조세, 재정, 규제, 통상, 노동정책 등에서 대부분 이명박 정부와 대척점에 있다.
문제는 단지 '다르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미국 국민들이 오바마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경제였다.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지금의 금융위기를 불렀고, 이를 타개할 새로운 정책 수단으로 '오바마노믹스'를 택한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이 전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세계적인(적어도 미국의) 대응 추세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다.
모두가 춥다고 옷을 껴입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옷을 벗어 던지는 격이란 얘기다. 우리 경제의 현실에서 어떤 정책 수단이 최선인지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충분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극명한 대비는 조세 정책에서 나타난다. 당장 민주당은 오바마의 부유층 증세 정책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의 부유층 감세 정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6개 소득등급 중 상위 2개 등급의 소득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35%인 최고세율을 39.6%로 대폭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고세율을 35%에서 33%로 낮추기로 한 우리 정부와는 정반대다. 상속세 완화 방침도 백지화하는 대신, 저소득층 소득공제 항목을 신설하고 연소득 5만달러 이하 고령자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완전 면제해준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정부가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까지 일률적으로 2%포인트씩 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건 같지만, 결정적 차이는 지출의 내용이다. 한국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건설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오바마는 실업수당 연장 등 복지 확대에 무게 중심이 있다.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온도 차이가 제법 크다.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수도권 입지 규제, 투기지역, 부동산 금융 규제 등 풀 수 있는 건 다 풀겠다고 나서고 있다. 반면, 오바마 당선자는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규제와 감독 강화를 내놓고 있다. 과도한 규제 완화, 부실한 금융 감독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두 나라의 정책 부조화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적지 않다. 통상정책 차이에 따른 무역 마찰은 물론이고,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한 행정부의 편향이라기보다 세계 경제 상황을 반영한 하나의 흐름이라고 봐야 하는 만큼 여기에 역행하면 상당한 무리가 뒤따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한국만 금융 규제를 대폭 푼다면 국내 시장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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