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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라' 떠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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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라' 떠나는 아이들

입력
2008.11.1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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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필리핀인 A(39)씨는 매달 수입의 절반인 20여만원을 필리핀 친정으로 송금한다. 세차 일 하는 남편의 수입 80만원에 견줘봐도 거액이다. 둘째 딸(4)을 친정에 맡겨 놓았기 때문이다. 딸을 보낸 건 3년 전. 자신이 공장에 나가고 나면 갓 석 달 된 아기를 맡길 곳이 없었다. "첫째 딸(6)은 어떻게 해서든 키웠지만, 둘째까지는…."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끝내 눈물을 떨궜다.

경기 하남시 국제외국인센터 백정숙 간사가 보기에 김모(10)양은 지적장애아가 아니었다. 엄마가 필리핀인이어서 한국 말이 서툴고 학습을 따라잡는데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김양은 지난해 초 담임교사의 권유로 특수반으로 보내진 뒤 표정도, 행동도 장애아동처럼 변해갔다. 사료공장에서 종일 일하는 엄마(42)는 결국 김양을 친정으로 보내기로 했다. 외할머니가 계신 필리핀이 최소한 장애아처럼 변해가는 한국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결혼이민 여성들의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로 보내지고 있다. 한창 엄마 품에서 응석 부릴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말도, 얼굴도, 환경도 낯선 이국 땅 외가에 맡겨지고 있다. 부모가 이들을 키울 형편이 안되고, 학교가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베트남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베트남 내 한국 국적 아동은 호치민시에만 16명. 아이만 맡겨진 경우도 있고, 한국에 시집왔다 이혼한 베트남 여성이 아이를 데려가 살고 있기도 하다. 호치민은 지난해 12월 국제결혼이민관이 파견돼 그나마 실태가 일부 파악됐지만, 그외 지역이나 중국, 필리핀 등 다른 나라는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백정숙 간사는 "이주여성 10명 가운데 2, 3명은 아이를 본국 친정에 맡기려 한다"면서 "이혼 여성일수록 사정은 더 절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의 결혼건수는 2만9,140건, 이혼건수는 5,794건. 5쌍이 결혼하고 1쌍이 이혼한 셈이다.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이혼은 제 한 몸 건사할 수도 없는 빈곤을 의미한다.

태국인 B씨도 그런 경우다. 남편 폭력에 시달리다 2년 전 이혼한 B씨는 하루 12시간씩 태국식당에서 일했지만, 월 수입은 4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여동생 편에 아들(3)을 태국으로 보냈다. 돈 벌어 아들 곁으로 갈 생각이지만 아직 비행기 삯 마련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외가 행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 국적인 이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현지 정규교육과 의료 등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가 이들을 다시 데려온다 해도 문제다. 한국 교육에 적응하기 더 어려워지고,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체성 혼란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베들레헴어린이집 권오희 수녀는 "이들이 엄마 나라로 보내지도록 방치한다면, 이들은 어디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 국적의 국제 고아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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