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화숙 칼럼] 나는 꿈을 꾼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화숙 칼럼] 나는 꿈을 꾼다

입력
2008.11.10 01:18
0 0

가난한 사람도 제 집에서 발 뻗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들의 자녀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웃동네로 가는 길이 담장으로 막히지 않는 세상을, 집에 돈이 없어도 학교에만 가면 영어든 수학이든 궁금한 것은 다 배울 수 있는 세상을, 그래서 열심히만 하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부자들을 위해서도 꿈을 꾼다. 그들이 떳떳한 돈을 버는 세상을, 돈이 많을수록 더 많아지려고 질주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세상을, 그들의 자녀들이 학원과 과외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세상을, 공부를 잘하기에 더욱더 초특급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쫓기지 않을 자유, 아버지나 어머니 품을 떠나 이국에서 쓸쓸하게 공부하지 않을 권리가 확보된 세상을 꿈꾼다.

2조원을 불량주택가 개조에

그러려면 이 정부는 우선 두 가지를 하면 된다. 먼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인다는 데 쓰겠다는 돈 2조원을 가난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기금으로 쓰는 게 좋다. 미분양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것은 그게 집으로도 투자재로도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집을 사들이는데 국가예산을 쓰는 것은 건설업체의 잘못을 덮어주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다. 반면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곳에 집이 지어지는, 진짜 건설이다. 이것 역시 건설경기를 살린다.

어차피 그린벨트도 많이 해제하겠다고 마음 먹은 정부이다. 그린벨트도 좋고, 그냥 주거지역에 자리잡은 곳도 좋다.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고 소방차도 안 들어오고 화장실은 밖에 있는, 누추한 주택가를 근사하게 개조하는 데 2조원을 기금으로 활용하자. 가난한 사람이라고 공짜로 주면 안 된다.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어서 이 거리에 사람이 살만한 공동주택을 짓게 하자. 땅값과 집값은 그들이 융자해서 얻지만 도로와 가스 전기 수도 같은 기반시설은 정부가 설치해주어야 한다. 건축가들과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동참해서 쾌적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2조원이면 시작할 수 있다.

도심재개발을 활성화시킨다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은 어리석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가구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교통량이 늘어난다. 그만큼 부대시설과 도로가 넓어져야 한다. 서울은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어서 용적률을 200% 내외로 제한하고 있다. 무작정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서 부동산 경기만 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린이 과잉학습은 아동학대

여유있는 집 어린이들이 가혹한 사교육에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중학교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국제중학교가 우수한 학생의 자질을 계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궤변이다. 특출한 학생의 자질을 살리고 싶다면 중학교에 우수반을 운용하면 된다. 지금도 몇몇 중학교들이 방과후 학습을 통해 수학과 과학, 영어에 재질있는 학생들을 따로 가르친다.

명문교대에 다니는 예비교사한테 최근 들은 이야기이다. 그는 부잣집에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에게 한글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집은 자녀를 잘 키운다고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외국연수도 시켰다. 그 결과 아이가 영어는 잘해도 한글을 못하게 되었다. 학교에 가니 한글이 부족해서 모든 학습에 뒤쳐졌고 자신감이 없어지니 친구들을 사귀지도 못했다. 이게 바로 영어만 중시해서 성장한 어린이의 실상이다.

그나마 이 학부모는 빨리 자녀에게 생긴 문제점을 깨닫고 고치려고 했지만 계속 억누르고 공부로 내몬 가정에서 성장할 경우 자녀가 우울증 환자나 은둔형 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외나 학원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어떤 이들에게는 재앙이다.

경제가 살아나고 건전한 경쟁이 살아나는 활기있는 세상을 나도 꿈꾼다. 그러기에 좀더 생각하고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건설업체를 살리고, 무지막지한 경쟁을 살리는 일로는 미래가 어둡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