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출신 인사들이 대거 워싱턴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통령들은 임기 초반 출신 지역 인사들을 백악관 참모나 정부 요직에 기용하는 측근 정치를 통해 국정의 효과적 수행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워싱턴 정치의 장악력을 높이려 했다.
능력을 우선한 발탁을 앞세웠지만 한솥밥 식구들에 대한 보상과 논공행상의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중앙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진 측근들은 도중 하차하는 경우도 많았다.
텍사스 주지사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임기 내내 '텍사스 사단'을 중용해 규모와 충성도 면에서 역대 최고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 공보비서를 지낸 카렌 휴즈는 부시 정부 1기와 2기에 각각 백악관 고문과 국무부 홍보차관으로 중용됐다.
여론조사기관 출신으로 아버지 부시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부시가문과 인연을 맺은 칼 로브는 부시 정부의 책사 역할을 하다 리크 게이트 사건 여파로 백악관 비서실 차장에서 물러났다. 텍사스 변호사협회 회장 출신인 해리엇 마이어스는 법률고문으로 활동하다 연방대법관에 지명됐지만 자질 부족 시비에 휘말려 낙마했다.
아칸소 주지사 출신인 빌 클린턴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대 비서실장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닌'40년 지기' 친구 토머스 맥라티를 등용하는 등 '아칸소 사단'이 임기 초반 득세했다. 부인 힐러리가 속했던 로펌 파트너들이 법무부 요직을 채우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치 문화를 몰랐던 맥라티가 좌충우돌 끝에 1년 만에 사임하는 등 측근들은 점점 전문가 집단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졌던 클린턴은 워싱턴의'파워 엘리트'들을 중용하면서 국정 초반 혼란을 극복하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조지아의 땅콩 농장주였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해밀턴 조든과 조지 파월을 각각 비서실장과 대변인으로 중용하는 등 가신그룹을 백악관에 데려 왔다. 캠프 출신들이 늘다 보니 조지아 지역 신문들이 공수돼 백악관 주변 신문 가판대에서 팔릴 정도였다. 그러나 진보적 열정은 넘쳤지만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조지아 사단은 전문가 집단과 자주 충돌했고 결국 소속 정당인 민주당마저 외면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주지사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측근들을 발탁했다.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은 배우나 영화업체 출신 인사들과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로펌 경영자로 워싱턴에 인맥이 많은 제임스 베이커를 비서실장에 임명해 '캘리포니아 사단'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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