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하며 가장 좋아하는 점심 메뉴의 하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에서 한국과의 인연을 이렇게 말했다. "하와이에서 성장해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민과 한국에 대해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 '불고기와 김치' 예찬론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생활 속의 진짜 얘기라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당선자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을 언급한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의 가슴 속에 담긴 한국은 좋은 이미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론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나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선 캠프에 한반도 정책팀을 최초로 신설했고 보좌관 미셸 최, 대선 유세일정을 수행한 유진 강 등 한국계 참모를 기용했으며, 태권도 교습을 받았다는 점은 한국과의 인연이 결코 작지 않고 감정 또한 우호적임을 보여준다. 이에 호응해 그의 대선 캠프엔 수십 명의 한국계 인사들이 자원봉사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바마 당선자 본인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한 바 있다. 그가 1995년 펴낸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우리 지역에서 장사로 돈을 벌면서도 우리 형제자매를 우습게 여깁니다.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이 아니면 아랍인입니다.…그래도 한국인을 욕하는 말을 나한테서는 듣지 못할 것입니다. (상공회의소) 회비를 꼬박꼬박 낸 회원은 그 사람들뿐이니까요. 그 사람들은 장사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요. 힘을 합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구요…한국인들처럼 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한국인들은 온 가족이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그리고 1주일에 7일을 일합니다."
이는 오바마 당선자가 대학 졸업 후 시카고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공동체 조직가로 활동할 때 한 흑인에게 들은 얘기다. 그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지만 자서전에 이 얘기를 실었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생각임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 대화에는 '한국인이 흑인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부정적 뉘앙스도 있지만, 그의 방점은 역시 '한국인을 욕하는 말을 나한테서는 듣지 못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에 찍혀있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또 2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근면하고 강력한 가족, 교회 공동체 윤리를 통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해온 200만 명의 재미 한국인들을 통해 한미 양국의 유대는 심화돼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바마 당선자의 친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일들은 많다. 그의 여동생인 마야 소에토로 응은 "오바마와 나는 하와이에서 한국 문화를 접했고 1주일에 한 번은 비빔밥을 먹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유세 때 오바마 당선자가 재미 한인들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1년부터 4년 동안 시카고의 한 스포츠클럽에서 태권도를 배워 검은띠는 아니지만 녹색띠(5급)도 땄다. 한국을 향한 우호적 정서와 인연이 읽혀진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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