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눈에 띄게 꺾이고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아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흑자 전환은 빛 좋은 개살구
10월 무역수지는 12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일단 수치상으로만 보면 긍정적이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0월 무역수지가 12억달러 정도 흑자가 난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좋은 신호"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 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먼저 무역수지 흑자 전환은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면서 엉겁결에 나온 수치이다. 실제 10월 수출액은 378억9,000만달러로 9월(375억9,000만달러)과 거의 같은 수준인 반면, 수입액은 366억7,000만달러로 9월(396억5,000만달러)에 비해 10% 가까이 줄었다. 수출은 제자리인데 수입은 30억달러나 줄면서, 지난달 20억달러의 적자가 이번 달엔 12억달러의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오히려 10월 수출ㆍ입 동향은 수출 증가율이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해야 할 대목이 적잖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5월 26.9%, 7월 35.6%, 9월 28.2% 등 30%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0.0%에 그쳐 두자리 수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이처럼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 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 수출 단가 등도 함께 상승, 수출 증가율이 20~30%를 이어오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며 수출 단가도 하락한 것이 수출 증가율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출 하락 반전 충격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정부와 무역업계가 놀란 것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하락 반전했다는 점이다. 7월만 해도 30.1%를 기록한 중국 수출 증가율이 8월 19.5%, 9월 15.5%에 이어 지난달엔 아예 1.8% 감소(1~20일 기준)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2.1%를 점한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길한 징조가 아닐 수 없다.
9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정부에선 "우리 수출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에 집중돼 있어 선진국 시장이 다소 침체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특히 우리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부품이 48.2%나 급감하고, 반도체가 31.2% 감소한 점도 걱정이다. 물론 '월말 효과' 등을 감안하면 10월 전체 중국 수출은 다시 플러스로 나올 수도 있지만, 어쨌든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중국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11.6%를 기록했던 우리 상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10.0%까지 떨어졌다. 석유화학제품 점유율은 지난해 10.6%에서 올 1~8월 8.5%까지 급락했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단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물량면에서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수출 증가세 둔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서 수출 비중이 70%나 되는 만큼 수출이 줄면 내년 성장률도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다"며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출 상품 구성의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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