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이 게재될 때면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선출되었는지 결정이 나 있을 것이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든지 나는 별 관심 없다. 아무리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의 네트워크가 전 세계를 휘감고 있어도 내 피부에 직접 와 닿지도 않는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의 선거에 내 일처럼 관심이 갈 리 만무하다.
우선은 그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흥미거리 정도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슬쩍 내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선거 관련 UCC 동영상이다.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장면들이다. 인터넷의 강력함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때부터 알게 되었다. 후보의 홍보와 지지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활용되었던 인터넷은 이제 UCC 동영상 중심으로 움직인다.
누구나 현실을 패러디한 사진 혹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명예훼손 혹은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 고발 구속되는 등 난리를 피워대기도 했다. 비록 최근에 사이버모욕죄 신설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러디 동영상을 올렸다고 고소하면 바보 된다.
미국의 사이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다양한 내용을 패러디하고 포토샵으로 합성해 만든 웹 패러디가 성행했다. 우리나라 가수의 노래로 패러디한 동영상도 있을 정도다.
지상파 방송이나 CNN 등 기존 미디어에서 담론이 형성되면 동시에 이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활용하면서 잠재적 지지자를 끌어모은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되는 소문이나 비공식적 담론들, 다양한 여론을 오히려 이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미디어가 웹사이트의 네티즌들보다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블로거들은 종종 소문이나 패러디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 응집한다.
그래서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정치를 사소한 일로 축소시키고 희화화한다는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기존 미디어에 대해서 동일한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얼마 전 1980년대부터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정치인을 익숙한 동물로 형상화해서 만든 코믹 패러디 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은 패러디 코믹 인형극이 당시 정치인들을 전형화하고 희화화하면서 인기도를 결정했으며, 심지어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뒤엎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인형극은 당시 프랑스 지상파 방송사 TF1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니 두 종류의 미디어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누가 더 옳은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널리즘이 변하고 있고 이 둘은 디지털 시대에 점점 더 결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르 레비 같은 학자는 기존의 권력이나 질서를 떠들썩하고 과격하게 무너뜨리고 와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이 운영되는 일상적인 방식, 그 범위와 깊이는 훨씬 더 늘어난 그러한 방식이 일상의 문화로 정착되었을 때의 힘을 사이버 공간에서 보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에 비해서 촛불집회 동영상 중계 사이트가 광우병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는 말 못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제 일상의 문화가 된 인터넷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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