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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올해 가계부 비교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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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올해 가계부 비교해봤더니…

입력
2008.11.1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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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가면서 대한민국 서민 가정의 가계부도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늘어나는 대출이자, 치솟는 식품비와 연료비 등으로 불과 1년 전에 비해 한 달에 많게는 수십만원씩 생활비가 늘어난 탓이다.

월수입 460만원, 260만원, 130만원인 세 가족의 지난해 10월과 올해 10월 가계부를 통해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다.

■ 月수입 460만원 - 대출이자는 늘고, 살림은 쪼들이고

"1년 새 살림살이가 이렇게 팍팍해지다니…." 서울 은평구에 사는 정경희(34)씨 가족의 한달 수입은 460여만원이다. 제약회사 8년차 사원인 최경진(37)씨 월급 310만원에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씨가 매달 150만원을 벌어 수입에 보탠다. 명목상 수입은 1년 전보다 20만원 가량 늘었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 살기는 더 어려워졌다.

정씨 가계의 가장 큰 지출부분이자 골칫거리는 단연 대출이자다. 3년 전 2억5,000만원을 대출 받아 32평형 아파트를 샀는데, 지난해 10월 120만원이던 이자가 지난달에는 160만원까지 치솟았다. 월 수입의 34%를 이자로 쏟아넣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주가가 폭락해 지난해 중순에 노후 대비용으로 가입했던 브릭스(BRICs)펀드(5,000만원)의 수익률도 마이너스 60%로 곤두박질쳤다. 정씨는 "돈을 벌어봐야 이자로 다 나가고 펀드마저 박살나니까 대책이 안 선다"며 "집값마저 더 떨어지면 큰 일"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게다가 물가상승으로 생활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던 외식은 아예 포기했다. 식비는 39만원에서 58만원으로 늘었고 전기세 관리비 등 주거비도 38만원 남짓에서 6만원가량 더 늘었다.

기름값 상승으로 교통비도 월 3만원 더 나가고, 장모님 형편마저 어려워져 10만원씩 보내다 보니 이리저리 돈 나가는 구멍만 커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월 100만원 정도 할 수 있었던 저축(펀드 55만원, 예금 45만원)은 이제 50만원 이하로 줄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여행도 하던 문화생활을 아예 꿈도 못 꾸게 되었다.

그나마 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어린이집 비용(34만4,000원)이 줄긴 했지만, 앞으로 학원비가 걱정이다. 정씨는 "작년처럼 했다간 올해 적자가 날 것 같아서 7월부터는 딸이 다니는 학원을 2개에서 1개로 줄였다"며 "남편 직장에서 구조조정한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 月수입 240만원 - "남편 월급으론 감당이 안돼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김수현(31)씨는 요즘 생활비 걱정에 속이 새카맣다. 아들(7)과 딸(5)을 둔 정씨 가족의 수입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36) 월급 240여만원이 전부다. 김씨 가족에게는 1년 새 물가상승으로 식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42만원을 지출했던 월 식비가 1년 새 52만원으로 10만원이나 뛴 것. 우유 값만 해도 작년 가계부에 1개 1,950원이던 것이 지난달은 2,250원이다. 관리비와 주유비도 각각 9만5,340원, 10만4,500원에서 10만3,560원과 12만원으로 올랐다.

살림살이가 점점 쪼들리자 김씨 부부는 매주 토요일 함께 가계부를 점검하고 있다. 낭비요인을 꼼꼼히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 점검결과 통신비가 16만9,350원으로 지난해 10월의 15만400원보다 올라 꼭 필요한 통화가 아니면 문자를 이용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또 "작년에는 남편 용돈이 14만원, 내 용돈이 12만원이었는데, 올해는 물가가 올라 남편 용돈을 16만원으로 올렸지만 나는 5만원으로 줄였다"며 "동창이나 친구들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억울한 것은 생활비를 아껴 저축한 돈마저 날아가버린 것. 지난해 초에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 매월 20만원씩 납입했으나 지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50%로 떨어졌다.

남편 한승우씨는 "월 납입액을 15만원으로 줄였지만 워낙 손실이 커 환매도 못하고 있다"며 "언제 내집마련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月수입 130만원 - "생활비 상승 한계상황… 얼마나 더 버틸지"

인천 부평에서 식당일을 하는 정순자(54)씨는 올해가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씨의 남편은 1년 반 전 교통사고로 허리와 목을 다친 후 거동조차 힘들어 박씨 혼자 생계를 떠맡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박씨는 식당에서 쪼그린 자세로 하루종일 일하느라 허리가 아파 매주 두 번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는 형편이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일해서 정씨가 주머니에 쥐는 돈은 월 130만원 정도로 적자를 면할 수 없다. 이마저도 일용직이라 3년째 월급은 그대括隔? 옮기는 가게마다 매출격감으로 종업원을 줄여 올해만 세 번이나 가게를 옮겼다.

이 같은 정씨 형편에 교통비와 식비가 1만~2만원 오르는 것도 큰 부담이다. 교통비는 지난해 10월 6만원에서 올해는 9만원으로, 도시가스요금은 2만7,630원에서 3만7,630원으로 올랐다.

남편과 박씨 병원비도 22만원이 지출된다. 정씨는 "올해부터 이웃에서 10만~20만원씩 빌려 근근히 생활하고 있지만 이웃사정도 그리 좋진 않아 계속 손 벌리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교 2학년 휴학 중인 아들 박모(22)씨도 고민이 많다.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해도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박씨는 부모님께 매달 20만원씩 용돈을 받고 있지만 집안사정을 아는지라 지난 학기에 휴학을 했고 내년 초 입대할 예정이다. 박씨는 "이 상태라면 제대 후에 학교로 복학하지 못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재웅 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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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얼마나 올랐나/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 1년새 20%나 줄어

1년 새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통계청은 올해 9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1% 상승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 20%에 이른다.

3일 가격조사 기관인 한국물가정보와 대형 유통업체 A사 등에 따르면 밀가루 가격은 ㎏ 당 지난해 9월 860원에서 1년 새 1,700원으로 두 배 가량 올랐다. 밀가루로 만드는 식품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다. 소면은 900g 1봉지에 1,650원에서 2,400원으로 무려 45.5%, 부침가루는 1㎏ 1봉지에 1,850원에서 2,640원으로 42.7% 올랐다.

서민들이 즐기는 식품과 생활필수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600g에 7,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50% 가까이 올랐다. 우유 가격도 1,750원에서 2,200원으로 1년 새 25.7%, 과자류도 10% 이상씩 가격이 상승했다. 치약, 치솔, 휴지 등 생필품 가격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석유제품 가격도 급등했다. 특히 경유는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라 1년 새 무려 30.1% 상승, 지난해 9월만해도 10만원으로 77.8ℓ를 주유할 수 있던 것이 올해는 59.8ℓ로 18ℓ나 줄었다. ℓ당 연비 10㎞인 2,000cc급 경유차로 서울 양재동에서 강원도 원주를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다. 휘발유도 11.7% 올랐다.

이처럼 소비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만 해도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삼겹살은 800g이었지만 올해는 545g밖에 안 된다. 또 1만원이면 소면 900g 1봉지, 치약 5개 1묶음, 우유 1,000㎖를 사고도 1,100원을 거슬러 받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800원을 더 내야 한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한모(41)씨는 "지난해만 해도 장을 볼 때 10만원을 갖고 나가면 큰 비닐봉지 2개 가득 물건을 사오곤 했는데 요즘은 3분의 1 가량 줄었다"며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아이들 음료수나 과자는 거의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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