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식도 아닌가 봅니다. 첫째 자식인 케이블TV에겐 독점적인 시장을 열어줬고, 막내인 IPTV(인터넷TV)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더니, 둘째인 우리에겐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요." 한 위성방송업체 관계자의 푸념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IPTV 활성화를 위해 다른 방송매체와 비교되는 '혜택'을 주고 있어, 특히 케이블TV에 이어 IPTV와도 가입자 경쟁을 해야 하는 위성방송업계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수입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다. 이래저래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하는 미디어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 "우리만 소외" 볼멘소리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과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지난주 공동으로 '위성방송 활성화를 위한 건의문'을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 "차별적 규제와 정책 지원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를 위해 방송발전기금 징수를 유예해주고 사업허가 유효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담았다. 전파사용료 이중 징수 면제와 공정한 경쟁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이같은 위성방송업계의 움직임은 정부는 물론 입법기관의 눈길이 IPTV로 집중되면서 그동안 정책적으로 소외됐던 아쉬움을 터트린 것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독점적 위치를 점해온 케이블TV에 대해선 오히려 IPTV와 형평성을 맞춘다는 의미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을 보인 계기는 IPTV 특별법 제정"이라며 "신규매체에 대해서는 규제가 적은데 위성방송은 여전히 지분제한에 묶여 있고 전파사용료와 방송발전기금을 함께 내는 이중 부담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콘텐츠 재송신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위성DMB 사업자 TU의 입장도 스카이라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TU 관계자는 "직접적인 가입자 경쟁 대상은 아니지만 IPTV의 출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초기 대규모 투자로 인한 적자 상황이 이어져 어려움이 많다. 이를 감안한 정부의 공평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적과의 동침'도 불사
스카이라이프 이몽룡 사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IPTV 사업자의 주문형비디오(VOD)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과의 동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위성방송과 IPTV의 VOD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셋톱박스의 가격은 1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형 방송 서비스는 고화질(HD)과 실시간 전국방송이라는 강점을 가진 위성방송과 주문형비디오가 가능한 IPTV가 결합한 형태로 현재 미국의 에코스타, ATT 등이 서비스 중이다.
이렇듯 스카이라이프가 경쟁관계인 IPTV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수동적으로 정부 정책에 불만을 보이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새 수익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몸짓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11월 중순부터 KT가 상용 서비스하는 IPTV 이용료가 월 1만5,0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유료방송 시장은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DMB업계도 생존을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태세다. TU 관계자는 "격변하는 유료매체 시장에서 우리는 생존의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며 "SKT 등 다른 회사들과 마케팅 제휴를 해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상품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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