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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보고 조리 봐도… 원칙도 철학도 없는'11·3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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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보고 조리 봐도… 원칙도 철학도 없는'11·3 대책'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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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을 위해 뽑을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뽑았다는 11.3대책. 그러나 효과와 관계없이 '원칙훼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경기를 살리는 게 다급하다 해도 정부 스스로 원칙과 철학을 뒤집어 버림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 실거주자 위주 세제지원, 원점으로

정부는 당초 9월 세제개편에서 양도세를 부과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종전 6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는 대신,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을 강화했다. 서울, 과천, 5대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에만 적용됐던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서울 등은 3년으로 기간을 늘렸다.

이유는 '실수요자 위주'의 세제지원원칙 때문. 오래 살고 있는 실제 거주자에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전세계의 재산세 과세 체계가 보유 보다는 거주요건에 따라 과세되고 또 실거주자가 누구냐를 위주로 조세 지원도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11ㆍ3대책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거주요건 강화 방침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실거주자 우선의 지원을 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시행시기유예로 일보 후퇴하더니, 이번엔 아예 백지화된 것이다. '실거주자 우대원칙'의 목청을 높였던 재정부로선 머쓱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 투기지역해제, 주먹구구

정부는 주택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대폭 해제하면서,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3구만 남겨뒀다. 그러나 강남3구가 제외된 것은 이들 지역이 투기지역 해제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국민정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강남3구는 아주 상징적이고, 부동산 붐을 일으키는 진원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11ㆍ3대책으로 '투기지역'은 껍데기만 남게 됐다. 투기지역도 몇 군데 남지 않았지만, 그나마 정부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투기지역의 대폭 해제에 앞서 해제 요건부터 완전 해체했기 때문이다. 투기지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느슨하게 바꿔, 앞으로 투기지역 해제 결정은 전적으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위원장 재정부 1차관)의 판단에 맡겨 버렸다. 정부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강남 3구도 얼마든지 투기지역에서 뺄 수 있게 된 것이다.

3. 또다시 무산된 조세감면정비

일몰제(한시제)를 가급적 두지 않겠다고 한 정부의 조세감면정비의 대원칙은 또 한번 무너졌다. 정부는 올해 말 시한이 종료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를 1년 더 연장, 기업들에 3조원의 추가 감세 효과를 내기로 했다. 기업이 기계장치 등 설비에 신규 투자하는 비용을 법인세 등에서 공제하는 임투공제의 혜택 확대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투공제는 1982년도입 이후 해마다 일몰시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왔다. 말이 '임시공제'지 사실상 '상설공제'였던 셈. 지난해엔 이런 이유로 인해 일몰연장이 무산됐으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1년 한시적용을 전제로 되살아났다.

정부는 지난 4월 임투공제를 포함한 모든 조세감면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상당부분 축소ㆍ폐지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경기회생'논리에 밀려 임투공제는 이번 대책에서 1년 더 생명줄이 연장되고 말았다. '세율은 낮추고 감면은 줄인다'는 감세의 대원칙도 함께 무너지게 됐다.

재계는 아예 임투공제를 영구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할 바에야 차라리 재계주장대로 '상설투자공제'로 바꾸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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