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일인 4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은 지금껏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지지 후보는 달라도 미국 역사의 새 이정표를 세우고 변화를 끌어낼 거라는 믿음은 같았다. 더러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설렘으로, 더러는 첫 여성 부통령에 대한 기대로 새벽 일찍부터 투표장으로 향했다.
뉴햄프셔와 버몬트 등 북동부 주에서 새벽 5시부터 뿜어 나온 투표 열기는 서쪽으로 시차를 이동하면서 밤 늦게까지 미국을 달궜다. 양 후보가 사투한 플로리다 버지니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등은 아침 일찍 투표를 끝내려는 유권자가 몰려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유권자가 몰리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대선에서 말썽을 일으킨 전자투표 대신 종이투표로 대체한 선거구에서는 대기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AP통신은 뉴욕시의 경우 새벽 4시부터 투표 행렬이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투표장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유권자의 다양한 피부색이나 연령도 이번 대선의 각별한 의미를 짐작케 했다. 백인은 물론 그동안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흑인, 히스패닉 등이 대거 등장했고 30세 이하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식당업을 하는 애런 크리더(35)는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뭔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투표에 임하는 동기도 다양했다. 코네티컷 웨스트하트퍼드의 한 투표장에서 자신을 무당파로 소개한 랠프 코언(52)은 조지 W 부시 정부의 막무가내식 외교를 성토했다. 그는 AP통신에 "슈퍼파워로서 어떻게 글로벌 파트너가 돼야 하는지를 미국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덴버에서 미용업을 하는 캐틀린 패치는 경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오바마 후보가 정치와 경제의 낡은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와 민간 연구소들은 투표율이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때는 1960년의 62.8%. 그러나 이번에는 65%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투표 참여자도 '마의 벽'인 1억3,000만명을 넘어 1억3,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등록 유권자 역시 1,010만명이 늘어난 1억5,31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투표권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의 73.5%에 달하는 것으로 과거 최고치인 1964년 72.1%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흑인과 젊은층이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이번 대선의 최대 수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오바마, 매케인 후보 모두 변화를 주창한 것이 무관심층의 복귀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젊은층의 정치참여 열기, 히스패닉계의 급증으로 특징되는 유권자 인종 구성 변화는 앞으로의 정치환경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오바마 후보는 이날 0시 전국에서 가장 일찍 투표를 시작한 뉴햄프셔 북부 산골마을 딕스빌 노치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CNN방송은 오바마 후보가 이곳에서 15표를 얻어 6표를 얻은 매케인 후보를 누르고 작지만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민주당 후보가 딕스빌 노치에서 승리하기는 1968년 허버트 험프리 이후 처음이다. 딕스빌 노치는 1960년부터 가장 빨리 투표를 실시해 유명세를 타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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