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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진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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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진통제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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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요통이 몰려왔다. 곧 괜찮아지겠지 하고 아이랑 농구 야구 축구를 했는데 통증이 거세졌다. 서도 앉아도 심지어는 드러누워도 아팠다. 아내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끌고 갈 태세다. 병원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니 주사바늘과 날카로운 침이 떠올라 더 아팠다. 이까짓 거 가지고 어떻게 응급실을 가, 쪽팔리게. 텔레비전으로 버텼다. 눈으로 뭔가 보고 있으니 그나마 아픔이 덜 느껴지는 거였다. 눈알도 한계가 다한 새벽, 뒹굴며 기괴한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커다란 벌레 같아서 헛웃음도 나왔다. 날이 밝자 아내가 진통제를 사 왔다. "이걸로 안 되면 병원 가는 거다. 침을 맞든지." 알약 네 개를 먹고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났더니 아픔이 온데간데없다. 약국 진통제로도 해결되는 아픔이었다니. 아팠던 열 몇 시간이 억울하다. 아내가 나 좀 아프라고 일부러 약 늦게 사다준 것 같다.

아마도 그저 근육이 뭉친 것이었나 보다. 정신없이 아프던 한국경제가 진통제라도 먹은 듯, 간만에 화창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진통제라도 되었던가 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그저 근육이 뭉쳤던 것 같지가 않다. 개인의 요통이야 진통제 몇 알로 해결해도 되지만, 한국경제는 응급실에 가서 정밀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닐는지.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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