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 임박했다. 4일(미국 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은 세계뿐 아니라 북한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북한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정권의 운명을 걸고 마지막 담판을 벌여야 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지루하게 끌어온 북핵 폐기를 비롯해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상징하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 등의 과제를 미국의 차기 행정부 임기 안에 매듭짓지 못하면 북한 현 정권은 정치ㆍ경제적 위기를 더는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직접 외교'의 벼랑에 선 북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을 전후해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한반도 역사를 바꾸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도 애석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후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직접 외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특히 김 위원장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조건 없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 클린턴 민주당 정권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겨둔 북핵 문제를 완결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북한도 빈틈 없는 전략 수립과 준비가 필요한 듯하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 지도부도 인식하고 있듯이 오바마에게는 북핵 문제 해결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와 있지는 않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고 국내 경제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도 이라크 안정화와 철군 문제, 이란 핵개발 저지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혹은 알 카에다의 준동에 대한 군사적 대응 등 산적한 현안이 놓여 있다.
더구나 대외정책을 보다 정교화하고, 이를 집행할 새로운 외교안보팀 진용을 짜고, 의회 인준 절차 등을 거치려면 적어도 수 개월이 걸릴 것이다. 특히 누가 초대 국무장관으로 임명될 것인지도 주요 관심사이다. 오바마 진영 내부에서는 비핵화와 인권 개선을 강조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한미동맹을 저해할 수 있으며, 북한 정권의 정통성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보수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는 취임 초기 6자회담을 비롯해 북미 협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런 공백기간의 장기화는 북한에게 결코 이롭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공백기간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 행정부의 정책이 완성된 뒤에 대응하는 식의 과거 관행을 답습하면 북한에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축하메시지 보내 대화시도를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우선 김 위원장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그 내용 속에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평양 방문을 권고하는 메시지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클린턴 행정부 때 추진한 핵 폐기와 경제적 보상과 관계 정상화를 맞교환하는 일괄타결 협상(package deal)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6자 회담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과 미국 국내정치의 변동성과 복잡성 등을 함께 고려하면 오바마-김정일 정상회담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지름길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