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자정 무렵 충남 천안의 S나이트클럽. 조용한 블루스 곡이 흐르면서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붕이 열리기 시작했다. 주변 건물의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희붐한 밤 하늘이 보이자, 좌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길이 4,5m의 모형 헬리콥터가 내려오고 레이저 빔이 쏘아 올려지면서 탄성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블루스 곡이 끝나고 지붕이 다시 닫히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아쉬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영업 도중 지붕이 열리는 속칭 '뚜껑 나이트클럽'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인근 주민과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뚜껑 나이트클럽은 현재 인천, 대전, 천안, 광주, 목포, 제주 등에 8,9곳이 성업 중이다. 경기 수원시에서도 2곳이 영업을 추진 중이다. 지붕 개폐는 2000년 광주 S나이트가 처음 도입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재도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이 지붕까지 열어가며 영업할 경우 소음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주측은 "나이트클럽은 상업지역에만 허가가 나고 사무실이나 상가가 문 닫는 시간에 지붕을 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업지역에도 최근 주상복합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소음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D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8월 지척에 있는 S나이트클럽이 지붕 1,500㎡ 중 500여㎡를 개폐할 수 있도록 개조공사 신청을 수원시에 제출하자 극렬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주민 대표 곽만기씨는 "지금도 야간 소음도가 63∼65㏈(기준치 58㏈)에 달해 무슨 노래가 나오는지 훤히 들리는데 지붕까지 열리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기도에 제기한 행정심판이 최근 기각 당하자 조만간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을 내기로 했다.
기존 업소들도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목포의 K나이트클럽은 100여m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되자 블루스 타임 때만 하루 2,3차례 지붕을 개방하고 있다.
충남의 모 나이트클럽은 지붕을 여닫을 때 나는 진동음으로 주변 업소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으며, 대전의 V나이트클럽도 소음 민원이 제기돼 구청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나이트클럽측은 주민 반발에 대해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수원의 S나이트측은 "우리 클럽이 훨씬 먼저 영업했는데 나중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민원이 제기돼 수 억원을 들여 (지붕 개폐) 공사를 해놓고도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 입장을 이해 못하는 아니지만 적법하게 공사하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나이트클럽 업주는 지붕 개폐 공사를 하고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가 하면 매물로 내놓은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지붕 공사는 건축법상으로 적법해 무조건 막을 수 없다"면서 "다만 관광진흥법이나 식품위생법상 방음을 하도록 돼 있어 지붕 개방 시 소음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수원=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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