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선배들한테 "운동장에서 유니폼 입고 있으면 나이만 먹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필자 역시 후배들에게 "유니폼은 나이 잡아먹는 기계"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실제로 1월에 전지훈련 갔다가 3월에 돌아오면 곧바로 시범경기, 4월부터 9월말까지 정규시즌, 10월에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나면 1년이 간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장을 떠난 필자는 신문칼럼과 방송해설로 1년을 보냈다. '올해는 누가 우승할까', '4강에는 어떤 팀들이 오를까' 하는 예상을 한 것이 한두 달 전 같은데 어느덧 한국시리즈도 끝나고 11월이다. 오히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보다도 1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필자에게 1년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문에 칼럼을 쓰고 방송에서 해설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개인적으로 너무 유익했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야구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다시 배울 수 있었다.
현장에 있을 때는 승패에 대한 부담과 선수, 코치들과의 관계 등에 얽혀 쫓기면서 살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1982년 삼성 선수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6년 동안 필자는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올핸 달랐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부터 보면서 '이번 주엔 어떤 칼럼을 쓸까' 하는 고민을 했다. 방송 이틀 전부터는 각종 자료를 살피면서 '어떻게 방송을 해야 하나' 하고 머리를 싸맸다.
월요일 아침 칼럼을 정리해서 e-메일로 보내고 나면 방학숙제를 마친 듯 후련했다. 또 무사히 방송을 끝내고 난 뒤 캐스터와 악수를 할 때는 무한한 뿌듯함도 느껴졌다. 그렇게 살다 보니 1년이 지나갔다.
지난 5월 첫 주 시작한 <서정환의 야구이야기> 가 오늘로써 딱 6개월을 맞았다. 동시에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칼럼이다. 6개월 동안 매끄럽지 못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절을 올린다. 서정환의>
전 KIAㆍ삼성 감독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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