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교육인적자원부(교육과학기술부)가 삼성이 기부한 에버랜드 주식으로 장학사업을 하기 위해 주식 매각을 추진했다가 돌연 중단한 것으로 3일 뒤늦게 밝혀졌다.
교과부측은 "당시 상속세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매각을 보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경영권 등 다른 이유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사실은 감사원이 8월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통보한 '학진 감사결과 처분 요구서'를 이날 공개함으로써 확인됐다. 감사원은 정부로부터 장학사업을 위탁받았던 학진이 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직을 오히려 확대한 부분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학진은 지난해 6월 당시 교육부로부터 에버랜드 주식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뒤 직제규정을 고쳐 기존의 장학지원팀을 장학실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삼성 기부주식 관련 전담팀도 만들어 에버랜드 주식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해왔다.
앞서 삼성측은 2006년 에버랜드 주식 10만6,149주(평가 금액 740억원)를 사회환원기금 명목으로 교육부에 기부했고, 교육부는 학진을 장학사업 위탁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25일 교육부는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식매각 주관사 선정을 유보해 달라고 학진에 요청해 학진은 주식매각 업무를 포함한 모든 위탁관리 업무를 중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상속세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돼 매각 작업이 유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시 상속세법은 공익법인에 대한 동일법인 주식출연 한도를 총 발행주식의 5%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상속세법이 개정될 경우 이 제한이 완화돼 에버랜드 주식을 팔지 않고 삼성이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옛 이건희장학재단)에 출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가 에버랜드 주식 매각을 원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가 갖고 있던 에버랜드 주식(4.25%)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막내딸인 고 이윤형씨 지분 8.37% 중 일부다. 당초 삼성은 사회환원기금으로 윤형씨 소유 주식 전부를 장학재단에 출연하려 했으나 동일법인의 주식출연 한도 제한에 걸려 일부만 교육부에 내놓았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