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는 영웅을 부른다 했다. 칼바람 몰아치는 지구촌 다른 나라에 비긴다면 딱히 나쁠 것도 없고 나라 경제도 나아진다고는 하나, 서민들은 실제적ㆍ심정적으로 여전히 드난살이하는 심정이다. '명품 국가' 만들기에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자들의 선택에 적잖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민주적 선거에서 1,700만명의 독일인들은 왜 히틀러를 선택했을까? 반세기 전 독일에 휘몰아친 집단 애국의 바람은 이 시대 한국인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독일 민족의 혁명"이라며 독일인들을 충동했고, 그 바람은 머잖아 독일을 삼켰다.
독일의 정치학자 라파엘 젤리히만이 쓴 <집단 애국의 탄생-히틀러> (생각의나무 발행)는 1919~1945년 그 광풍이 불어 간 경로를 탐색한다. 히틀러 뒤에 희미하게 처리돼 왔던 독일 국민들의 집단적ㆍ광적 애국주의의 실상을 구체적 사실로 보여준다. 집단>
월드컵 당시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 악마 열풍, 이를 적색 혁명의 전조로 보는 우익 쪽의 각종 행보 등 지금 한반도 상공에는 '유령'이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 속의 한 구절은 이 시대 한국사회에 내재한 가능성의 극단을 내비친다. "국민의 수동적인 태도와 전통적인 편견, 이기적인 경쟁심, 물질적인 이익 그리고 어느 정도의 비겁함은 히틀러와 그의 수많은 추종자들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게 한 전제 조건이었다."(467쪽)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은 평범하다"고 말했다. 수백만명의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성격파탄자이거나 정신이상자가 아닌 너무도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한 통찰이다. 경제위기라는 긴 터널 앞에 선 한국인들이 혹 집단 애국의 바람에 휩쓸려 보편 가치를 허투루 대하지나 않고 있는지 이 책은 묻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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