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9세대 작가 현길언(68ㆍ사진)씨가 386세대의 후일담 격인 소설 <열정시대> (랜덤하우스 발행)를 냈다. 1993년부터 10여년 동안 발표했던 연작 단편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더해 장편소설 형태로 만들었다. 열정시대>
주인공들은 1984년 초겨울 시위를 나갔다가 진압을 피해 한 맥주집에 피신했던 83학번 남학생 12명. 이 남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 '8ㆍ3구락부'다. 소설은 20년에 걸친 이들의 삶의 변화를 추적하는 8ㆍ3구락부의 소사(小史)다. 독재정치에 저항하며 민주화의 신념으로 똘똘 뭉쳤던 12명의 젊은이들은 세월에 따라 검사로, 신문기자로, 국회의원으로, 고액과외 강사로, 재벌회사의 간부로, 권력자의 브레인으로 변신한다.
정신병원에 갇히거나, 수배자로 지내며 젊은 시절의 열정을 품고 사는 이도 있지만 다들 "차차 나이를 먹고 적당히 허물을 벗으면서" 살아간다.
이들은 스스로의 변모에 대해 "과정이니까, 과정에 나타나는 과오는 인정해 달라"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한 친구로부터 "너희는 역사와 민족의 사기꾼이고, 민중의 배반자, 친구들을 판 철면피로서 선생을 판 가롯 유다보다 더 지탄을 받아야할 무리"라는 야유를 받기도 한다. 과연 이들은 배반자일까. 이들의 변신은 유죄일까.
현씨가 1993년 가을 연작의 첫 편 '레스토랑: 8ㆍ3구락부' 를 발표할 당시 구상했던 제목은 '퇴화론'이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주역이었던 지식인들이 속화되는 과정을 퇴행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작가는 "책을 묶으며 제목을 <열정시대> 로 바꾼 것은, 역사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결국 모든 사람은 제각각 구실을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며 "모든 것을 극단적 이념의 기준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 '중간지대'를 마련하는 일이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없다"고 말했다. 열정시대>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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