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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경기,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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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위기/ 경기,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

입력
2008.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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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실물침체로 이어질 거라고 누구나 어렴풋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그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경기하강은 고유가 영향으로 이미 올 초부터 진행되고 있던 터.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실물경제는 내리막 비탈길을 질주하는 형국이 됐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계약체결로 외환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젠 실물경제 악화가 오히려 금융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생산은 줄고 재고는 늘어

조업일수를 감안한 광공업 생산 증가율, 즉 실질적인 생산증가율은 9월 7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조업일수 감안 생산증감률은 7월이 6.1%, 8월 4.3%, 9월 –0.8%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다달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5.1%), 섬유제품(-3.8%), 식료품(-0.5%) 등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소비관련 품목들이 감소세가 더했다.

9월 생산자제품 출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9% 증가했지만 생산자제품 재고는 17.4% 늘어났다. 시중판매를 위해 출하되는 제품보다 재고로 창고에 쌓이는 제품이 더 많은, 전형적인 불황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심리는 '꽁꽁' 건설수주 '뚝'

9월 소비재 판매는 작년 9월보다 2.0%, 지난 달보다 3.8% 급감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소비자들이 비교적 목돈이 들어가거나 당장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를 꺼리고 있다.

승용차나 가전제품, 컴퓨터 등 9월 내구재 소비는 지난 달보다 6.9%, 작년 9월보다 4.2% 각각 줄었다. 의복ㆍ직물, 오락ㆍ취미ㆍ경기용품 등 준내구재는 각각 6.2%, 11.8%의 감소율을 보였다. 차량용 연료와 비가공식품 등 비내구재는 작년 9월보다 0.6%, 지난 달보다는 1.1% 상승하는 등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의 모습을 나타냈다.

경기선행지표에 해당하는 국내 기계수주는 공공(-52.7%) 및 민간(-32.1%) 부문 발주가 줄어들면서 작년 같은 달 대비 33.4%나 감소했다. 건설수주도 40.4% 감소했다. 건설수주 가운데 주택은 70.8%나 줄면서 극심한 부동산 경기침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문가들 "실물회복 더 늦어져"

전문가들도 9월 실물경기 관련 통계에 대해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가속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작년 말을 정점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사상 최장의 불황터널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는 8개월째, 앞으로의 경기향방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는 10개월째 하락행진이다. 적어도 관련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이 정도로 동행ㆍ선행지수가 장기간 동반 추락한 예는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스닥상장법인 최고경영자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금융공황까지 가진 않겠지만 이를 위해 치르는 비용이 얼마인가가 중요하다"며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투입된 비용만큼 실물경제 회복도 늦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지속되는 것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을 충격적인 2%대(2.9%)로 예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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