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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기 배우기' "거장들의 작품에 결함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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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보기 배우기' "거장들의 작품에 결함이 숨어 있다"

입력
2008.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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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마랑고니 지음ㆍ정진국 옮김/생각의나무 발행ㆍ전2권 1권 356쪽, 2권 384쪽ㆍ각 권 2만2,000원

20세기 초ㆍ중반 특유의 논쟁적 태도로 미술계를 술렁이게 했던 이탈리아 미술사학자 마테오 마랑고니(1876~1958)의 책이 처음 한글로 번역됐다. 그의 <보기 배우기> 는 미술작품을 다루는 교양서의 일반적 톤 - 찬탄과 동경- 과 사뭇 어투가 다르다. '위대'나 '숭고'라는 수식어를 동원해 거장의 예술세계를 경외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을, 저자는 단호히 배격하고 혐오한다.

이 책에선 미켈란젤로의 만년작인 파올리나 예배당 장식화도 "현저히 수준이 떨어지는" 졸작이고, 라파엘로의 작품 '변용'도 치명적 실수를 지닌 결함투성이다.

저자는 예술은 언어이거나 형식이라고 단언한다. 그가 격한 어투로 비판하는 것은 비전문가들에 의한 미술비평의 '내용주의'다. 기본적인 미술언어도 모르면서 직관과 시적 상상력에 의해 늘어놓는 감상은 예술을 희생시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형태의 기적을 볼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필경 영혼의 깊은 음정도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술언어를 해독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필수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저자는 "회화는 오직 지성만이 감지할 수 있으며, 준비된 자만이 명화의 의미와 가치를 읽어낸다"고 강조한다. 독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엘리트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의 타겟은 일반 독자가 아니라 "자제력을 잃고 지나친 칭송을 쏟아내는" 평론가들, 그리고 "즉흥적이고 허술한 자기확신에 가득찬" 작가들이다. 독자들은 오히려 불필요한 경외심을 내려놓고 작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도움을 저자로부터 받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마랑코니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필리포 리피의 '성모와 두 천사'를 "통통한 아기와 빈틈을 메우고자 억지로 끼워 넣은 반쪽짜리 천사, 그리고 상투적인 삽화에 불과한 군상과 아름다운 동정녀가 이루는 부조화"라고 혹평한다.

이전 평론가들이 '가장 고귀한 창작'이라 입을 모아 칭찬한 작품이다. 형태의 일관성을 작품의 내용이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이런 부조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마랑고니의 시각이다. 그는 마티스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적 내용이란 것에 사로잡히지 않을 일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몫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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