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등 엮음/김영사 펴냄ㆍ349쪽ㆍ1만3,000원
학업에 마음 쓰지 않는 자식에 아버지가 골머리 앓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빈한한 살림에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마음, 공부에 게으른 아들에게 "다시는 얼굴도 안 보겠다"며 계고하는 마음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때로는 과유불급, 공부에 게으른 자식에게 "죽고만 싶다"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면 요즘의 기러기 아빠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아버지의 편지> 는 이황, 유성룡, 박지원, 김정희 등 당대를 풍미했던 조선의 선비들이 아들에게 쓴 서한문 92건을 모은 책이다. 자식에게 부치는 글에서 이들은 힘든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식의 처지에 함께 아파하기도 하고, 잘못을 질책하는 회초리 역할도 마다않는다. 요즘 부모들이 입시에 목을 매듯, 선인들은 과거 준비에 노심초사다. 아버지의>
장성해서 벼슬길에 나간 아들에게도 아버지의 당부는 끊이지 않았다. 한편 일전에 보낸 음식 맛이 어떤지 왜 답장을 하지 않느냐며 닦달할 때나, 손자 얼굴 생김새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투정 부리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술주정꾼이 절대로 아이를 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해놓고는 스스로도 우스웠던지 "껄껄(好笑好笑)"이라며 의성어까지 단 대목에서는 선비들의 골계미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아버지들이 가장 마음 쓴 대목은 공부, 그 중에서도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책 읽기 방법, 글 쓰는 요령, 수험 준비 자세. 그리고 집안에서의 범절 등 유교식 교육의 실제도 생생하다.
책은 각 단락 말미에 한문 원문을 수록하고, 편지를 둘러싼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책을 엮은이들은 한양대 국문과 교수들이다. 이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버지가 자식에게 날마다 해대는 잔소리는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아버지들이 책 한 구절 읽는 법까지 신경 쓰는 대목에서, 자식들을 과외 시장에 던져두고 나 몰라라 하는 이 시대 부모들은 목덜미가 붉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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