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베니스 등 지음ㆍ배인섭 옮김/엘도라도 발행ㆍ192쪽ㆍ1만1,000원
쌀 직불금 문제가 불거지자 마치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듯 터져나오는 것이 '투명성' 시비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시대적 요청이다. 비즈니스의 세계, 기업 지배 구조가 첨예화하고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 앞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면서 투명성의 문제는 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지만, 동시에 인류는 유사 이래 의사소통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냉혹한 시대와 직면하고 있다. <투명성의 시대> 는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개인과 기업이 취할 최선의 선택은 투명성(transparency)에 있다고 역설한다. 투명성의>
투명성이란 긍정적 가치들이 모여 만드는 최상의 음악이다. 정직과 성실, 도덕성, 완전한 공개, 준법, 서로 공정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98년부터라고 본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인턴 여직원과 벌인 부적절한 관계를 워싱턴포스트는 고의로 무시하려 했으나, 한 온라인 칼럼니스트가 블로그를 통해 터뜨렸다. 거대 언론이 무시한다 해도 엄청난 추종자들을 거느린 블로거들이 그 일을 해치우는 시대다.
그럼에도 투명성이 실현되기 힘든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보를 독식하려는 리더의 태도 ▦정보 소통을 가로막는 조직 구조 ▦거북한 일은 보고하기 꺼리는 부하들의 태도 등을 꼽는다. 특히 부하가 상사에게 갖는 신뢰의 여부는 조직의 생명이라는 지적이다. 상사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부하 직원이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은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부터, 상사가 그 정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다양하다.
투명성 문제에서 중국의 사례는 인상적이다. 2008년 현재 2억1,0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 중 4,700만명의 블로거들은 중국의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는 장면들을 여전히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 중국 블로거들의 잠재적인 힘이 중국의 투명성 지수를 높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론적 주장을 정책결정 등 구체적 실례로 받쳐준다는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 국방부 지도부가 직속 부하들에게서만 정보를 취하는 관행을 파기, 전체의 소통 구조를 바꾼 사례 등은 물론 고전과 문학 등에서 빌어온 예화들이 책의 논의를 풍성하게 해 준다. 저자는 지난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학력위조사건을 언급하면서 "마녀사냥을 벗어나, 온라인 정보를 검증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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