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젊은 평론가 10일 객관적 담론 제시한 '김현 신화 다시 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젊은 평론가 10일 객관적 담론 제시한 '김현 신화 다시 읽기'

입력
2008.11.04 02:10
0 0

4ㆍ19세대 비평가의 선두주자, 모국어의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한 첫번째 한글세대, 문학의 자율성을 고수한 문학주의자, 섬세한 텍스트 읽기를 보여준 공감의 비평가.

문학평론가 고 김현(1942~1990)을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끝없이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은 김현에 대한 관용어들은 그가 '죽었으되 죽지 않은 평론가'임을 입증한다. 하지만 넓고 깊은 그의 문학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제3자적 시각에서 그를 읽어보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현은 많은 사람들의 흠모 속에 신화화됐고, 그가 속했던 자유주의 문학진영에서도 대척점에 있던 민족민중문학 진영에서도 그 신화를 깨는 일은 시나브로 금기가 됐다.

주례사 비평의 극복, 문학상 제도 비판 등 한국문단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뜨리려는 활기찬 비평 활동을 7년째 전개하고 있는 젊은 평론가 그룹 '작가와 비평'이 이번에는'박제된 김현 신화'해체에 도전한다. <김현 신화 다시 읽기> (이룸 발행)는 그러나 일방적 매도와 극단적 칭찬을 모두 배격한다. 10명의 젊은 평론가들은 때로 김현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김현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정은경(39)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필연적 미완의 기획으로서의 문학사'라는 글에서 '새것 콤플렉스의 극복'이라는 좌표에 굳게 발을 디딘 채'개별문학사로서의 한국문학사 서술'을 꾀했던 김현의 <한국문학사> 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김현은 이 책에서 자생적 근대문학론에 입각, 한국문학사를 변증법적 발전의 과정으로 조망하려 했다.

정 교수는 김현이 파악한 근대문학론의 핵심인'개인의식'과'리얼리즘'은 결국 19세기 서구 근대문학의 시각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그를 자가당착에 빠뜨렸다고 비판한다. 그는 "김현의 <한국문학사> 는 자립적인 '근대ㆍ국가' 형성에 이바지할 민족주의 담론의 필요성에 의해 요청된 역사적 산물"이라며 "서구 구라파식 진보를 부정하고 '단절과 감싸기'로 전통단절론을 극복하려 했으나 결국 서구 근대문학이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한국문학사를 구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수(40) 고려대 연구교수는 '나 로부터 출발한 운명적 이중성'이라는 평문에서 김현 평론의 요체로 꼽히는 문체의 특징을 분석한다. 이 교수는 김현 문체의 특징을 비교와 인용의 수사학ㆍ이중성ㆍ이분법을 붕괴하는 서술형식 등으로 크게 나눈 뒤 그가 애용했던 접속어의 과다 사용, 번역투의 표현, 유보적 표현 등 '김현 식 문체 전략'의 의도를 파헤친다.

이 교수는 "김현 평론에서 문체는 단지 형식적 장치로서의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의 평론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딜레마까지 모두 포괄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문학은 억압하지 않는다, 문학은 써먹지 못한다'는 김현의 문학적 명제에 대한 고봉준(38) 경희대 연구교수의 비판, 김현의 시학을 말라르메의 '암시의 시학'과 바슐라르의 낙관적 사유의 한국적 수용으로 해석한 이찬(39) 고려대 강사의 비평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들은 책머리에 "논자들의 다양한 견해를 통해 김현 비평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썼다. 그 의도가 설득력을 갖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그간 문단권력 비판 차원 정도로 이뤄졌던 김현 비판의 패러다임을 넘어, 그의 텍스트의 내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려는 저자들의 고투는 상찬할 만한 대목이다.

이왕구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