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눈보다 귀를 기울여 봐야 할 영화가 있다. 탱고 명인 23명의 음을 영상과 함께 엮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는 눈보다 귀가 즐거운 음악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한때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뜨겁게 만들었던 탱고의 거장들이 하나 둘 모여 특별공연을 하게 되는 과정을 비춘다. 제목과 내용에서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을 연상하는 관객이라면 지나친 기대도, 과도한 실망도 금물이다.
세월에 등이 휘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노장들이 삶의 열정과 한숨을 박자 삼은 탱고 음악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쿠바 음악처럼 우리 가슴에 공명한다. 하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굴곡진 노장들의 신산한 삶을 반추하며 감동의 선율을 선사했다면,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는 1940~50년대 탱고의 전성기를 추억한다.
굳이 극적인 재미로만 따져보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카페'는 가파르면서 농밀한 탱고의 리듬이 극적 재미를 대신한다. 징징거리는 반도네온과 퉁탕거리는 피아노와 잉잉거리는 첼로의 조화는 쓸쓸하고 애절하면서도 기이한 활기를 영화에 불어넣는다.
거장들의 과거 회상 속에 간간이 삽입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옛 풍경도 아르헨티나의 영화를 불러내며 아련한 이국적 추억에 잠기게도 한다.
노장들이 주름 깊은 손과 입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43곡의 탱고 음악, 특히 후반부 23명이 펼치는 합동공연만으로도 영화는 제 가치를 다한다. 아르헨티나 감독 미구엘 코핸이 연출했다. 6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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