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부문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각국은 위기 해결을 위해 극단적인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은 2,50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9개 은행을 국유화하기로 결정했으며, 아일랜드는 6개 은행의 지급을 전액 보증했다.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3대 은행을 국유화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총 2조 4,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지난 30여년에 걸쳐 진행돼온 금융 자유화가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은행의 국유화로 귀결됐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보다 더 장기간 지속
금융위기는 그 속성 상 극적인 형태로 전개된다. 전염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실물부문에 미칠 파급효과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노동시장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처럼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가 아니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하지만, 노동시장은 금융시장과 더불어 현대자본주의의 위협 요인이다. 노동시장은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일단락된 뒤에도 노동시장의 위기는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동시장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잇달아 인력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 등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들과 골드만삭스, 제록스가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한 설문조사(왓슨와이어트)에 따르면, 향후 1년간 미국기업의 26%가 인력 감축, 25%가 인력 동결을 계획하고 있다. 세계 2위 트럭 제조업체인 볼보, 독일의 다임러와 BMW, 프랑스의 푸조 등도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 등 신흥개도국에서도 조만간 현실화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전환 배치와 유급휴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감원과 임금삭감 등의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생산라인 조정으로 잉여인력 350명에 대해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현대아산도 유급휴가제를 도입하고 165명의 직원이 의무적으로 연말까지 20일 휴가를 갖도록 하였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 유진공장을 정리하면서 현지 직원 1,000명을 전원 해고했으며, 신규 채용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금호타이어, 캐리어에어컨, 쌍용양회 등도 전환 배치와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중소 건설업체들은 감원이나 임금 삭감도 예고하고 있다.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이 본격화할 내년도 우리 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극히 부진할 것이며,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물부문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실물경기의 악화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져 금융위기가 재발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고용의 악화는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내수 회복으로 충격 최소화를
경기침체는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 가혹하다.'고용 없는 성장'시기에 임시 및 일용직, 영세 자영업자, 저숙련 직종, 청년층과 고령층 및 여성층의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취약계층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고용통계의 정비 등 고용인프라의 구축이 요구된다.
동시에 고용지원서비스의 기능을 강화하고 부문별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고용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회안전망의 구축과 적극적 고용정책(일자리의 유지 및 창출정책)을 통해 내수 회복을 꾀하는 것이 실물 부문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권우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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