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월은 추석을 구월에 해결해서 천천히 가나 했는데, 세월은 단풍이 들어 바쁘게 퇴색하는 것만큼이나 빨랐다. 달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금융시장이 야단법석이었고, 만인의 연인이 스스로 목숨을 져 버려 죽음을 소비하게 했다. 철 모르고 날뛰는 모기들이 이 땅이 얼마나 더워졌는지를 증명했고, 고시원 불처럼 억울한 죽음들이 도처에 가득했다.
농촌의 결실은 '풍년'이 곧 '헐값'을 말하는 아이러니 속에 스산했고, 국정감사는 정부가 얼마나 주먹구구 식인지 부자들과 공무원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여실히 보여주었고, 의원들은 쌀직불금 도가니에 빠져 겨 묻은 개 똥 묻은 개 나무라는 놀이를 즐겼다. 대통령과 경제 담당자들은 괜찮다는 염불만 외웠고, 우리의 먹거리 태반이 중국 것임을 확실하게 알려준 멜라민 시리즈가 있었고, 남북관계는 기나긴 겨울을 예고하듯 깡깡 얼어붙었다.
미래의 주역 청소년들은 학원가에서 허리가 휘어갔고, 청년들은 얼마 되지 않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탐색전과 전투를 벌였다. 한 해 전 가을에 이 나라에 찬란했던 무수한 희망의 메시지들은 '일하는 경제대통령'이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망의 메시지로 바뀌었다. 가을은 혹독했지만,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도록, 우리의 11월에 희망이 움트기를.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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