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2007년 10월 29일 인천은 떠들썩했다.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우승잔치는 흥겨웠고, 선수단은 모처럼 술에 취했다. 밤을 꼬박 샌 김성근(66) 감독은 다음날 아침에 2군 훈련장에 나갔다. 야구에 미친(?) 김 감독은 "내년 준비를 해야 한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꿈꾼 김 감독은 365일 휴일 없이 목표를 향해 내달렸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주루와 송구, 견제 등은 가장 중요한 훈련이었다. 만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익수 이진영에게는 1루수 훈련까지 시켰다. '미완의 대기' 김광현과 어깨 부상으로 3년을 보낸 이승호는 김 감독의 조련 아래 환골탈태했다.
SK는 시즌 초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삐걱거렸다. 4번 타자 이호준은 무릎수술로 시즌을 마감했고, 용병투수 쿠비얀과 대체용병 얀은 기량 미달로 퇴출했다.
마무리 정대현이 1년 내내 무릎과 허리 통증에 시달린 것도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SK는 4번 타자와 용병투수가 없어도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릴 정도로 강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이진영은 '전문 1루수'보다 빼어난 수비로 이호준의 부상 공백을 메웠고, 2군을 전전하던 이승호는 승부처에서 두산의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광현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부욕도 SK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김 감독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훨씬 강했다. 시키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야구를 척척 해낸다"고 칭찬한다. 발 빠른 주자는 단타성 타구를 2루타로 만들고, 탄탄한 수비진은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만들었다. 홈런타자와 특급투수가 없어도 조직력을 앞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춘 셈이다.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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