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원치옹 지음ㆍ김견 옮김/토파즈 발행ㆍ460쪽ㆍ1만5,000원
북송(北宋) 때 조개(趙開)가 실시한 지폐 유통정책은 백성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위조지폐 30만냥이 발견되고 이에 연루된 사람만 50명이나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조지폐범은 사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했지만 조개는 "가짜 지폐에 관인을 찍으면 진짜 지폐 30만냥을 얻는 셈이 되고, 범인들에게 조정을 위해 지폐를 만들게 하면 50명의 목숨을 건지게 된다"고 건의, 쓰레기를 화폐로 활용하고 사람도 살릴 수 있었다.
미국 정부는 1974년 '자유의 여신상' 보수공사를 하다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입찰공고를 냈지만 몇달 동안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프랑스의 한 유대인 사업가가 이 쓰레기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그 사업가는 쓰레기 가운데 구리는 녹여서 작은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고, 시멘트 덩어리와 목재로 여신상의 받침대를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았다. 이 기념품은 날개 돋친듯이 팔렸고 그는 1만배가 넘는 이익을 거뒀다.
지혜 주머니, 꾀 주머니라는 뜻의 <지낭(知囊)> 은 명나라 말기의 문장가 풍몽룡(馮夢龍)이 옛사람들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1,000여편의 고사를 묶어 편찬한 책이다. 중국의 정사와 야사에서 왕과 장수, 재상, 문인, 농부, 승려, 노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보여준 지혜로운 삶을 간결하고 함축된 문장으로 표현해 마오쩌둥, 장제스 등 현대의 정치인들을 비롯해 중국인들이 즐겨 읽어왔다. 지낭(知囊)>
<지낭의 즐거움> 은 <지낭> 에서 121가지의 고사를 선별하고, 그에 부합하는 현대의 다양한 사례를 덧붙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저자가 고른 고사와 현대의 사례들을 비교해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나 이를 풀어가는 해법은 비슷하다. 지피지기의 묘안, 낭중지추의 수법, 역발상의 즐거움, 유비무환의 이치, 전화위복의 지혜, 선견지명의 안목 등 번득이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지낭> 지낭의>
중국이 시장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직장인과 CEO들이 읽고 활용할 수 있는 경제활동에 관한 사례들을 많이 모은 것이 눈에 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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