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프로네시스 발행). 어느 전자회사의 광고 카피를 연상케 하는 제목의 책을 노명우(42ㆍ사진) 아주대 교수(사회학)가 냈다. 노 교수가 지금껏 낸 책들의 제목을 떠올리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아도르노와 쇤베르크>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의미를 묻다>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 . 뜬금없이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이라니. 발터> 프로테스탄트> 계몽의> 텔레비전,>
"사회학자로서 느끼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어요. 사회학은 다른 어느 학문보다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직업이 학자이지만 다른 사람처럼 TV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죠."
그는 '대학교수가 무슨 TV를 그렇게…' 하는 시선에 대해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은 TV가 없는 유년과 신기술 이후의 삶을 불연속적으로 경험한 세대가 아닌, TV와 함께 성장한 "텔레비전 키드"이자 "텔레비전 없이는 살 수 없는 평범한 시청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TV가 바보상자이기 때문에 TV를 몰아내야 한다는 시각에 반대했다.
"TV와 거리 두기를 위해서는 욕조 속의 아이는 버리지 않고, 욕조의 더러운 목욕물만 버리는 지혜가 필요해요.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서재로 바꾸면 그 가족이 TV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 가족이 속한 사회가 여전히 TV에 지배받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TV를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TV시대의 '능동적 종말'을 고민해야 합니다."
책은 온ㆍ볼륨ㆍ채널ㆍ오프라는, TV수상기의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소제목에 따라 TV에 녹아 있는 사회경제학, 포드주의와 모더니티의 함의,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나타내는 문화적 징후들을 다룬다. 마지막 장 '오프(Off)'에 대해 노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TV를 끄는 물리적인 오프가 아니라, 사회적인 오프를 시도해야 합니다.
TV의 가장 큰 위험성은 대규모로 일어나는 일방적 메시지 전달로 사람들이 실어증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응답의 가능성을 상실한 지 오래됐어요. 사회적 오프 버튼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말을 시작해야 합니다. 비록 처음 시작하는 말이 옹알이라 해도요."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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