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Summit)가 아시아ㆍ유럽의 43개 회원국 정상들과 EU집행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사무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10월24일부터 이틀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되었다.
국제사회 최대 현안인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아시아와 유럽의 역할에 대해 그 어느때 보다 관심이 높은 시기에 국제 금융질서 재편 논의에 주요역할을 하고 있는 영, 독, 불 등 주요 EU 회원국들과 한ㆍ중ㆍ일 3국,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평가되는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모인 금번 ASEM 정상회의는 회의 개막전부터 국제적인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의장국인 중국과 ASEM 회원국들은 금융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여 회의 개막을 불과 1주일여 앞두고 '국제경제 및 금융상황'의제를 1차 본회의 의제로 추가하고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지지하는 정상성명을 마련하는 등 국제 금융문제가 금번 ASEM 정상회의의 중심 의제로 급속히 부상하였다.
세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개최된 ASEM 정상회의는 세계 10위권 경제력에 걸맞은 한국의 역할에 대한 회원국들의 기대가 모아지는 장이기도 했다. 의장국인 중국과 조정국인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은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ASEM 회원국들이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금융위기 극복 방안 토의에 우리 대통령의 참여를 적극 요청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식전에 아시아 국가 정상들간에 개최된 ASEAN+3(한ㆍ중ㆍ일) 비공식 조찬회의와 정상회의 제1차 본회의 연설을 통해 향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협력 과정에서 신흥경제국의 참여가 제고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 활성화 등 국내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ASEM 회원국 정상들의 호응을 얻었다.
회의참석 정상들은 우리 대통령이 제시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함께하고, 11월15일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인 선진 7개국 및 13개 신흥시장국(G20) 정상회의시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금융위기 극복방안 논의 과정에서 ASEM이 아시아와 유럽간 유용한 소통의 채널로서 실용적인 기능을 제고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반도 정세는 ASEM 정상회의에서 빠지지 않는 관심주제이다. 주요 국제정세를 논의한 공식 업무오찬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6자회담의 성과와 우리의 상생ㆍ공영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조기에 실현되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ASEM 회원국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였다.
정상들은 의장성명 채택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로운 달성과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외에도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식량위기, 재난예방 및 대응 등 주요 글로벌 이슈와 문명간 대화의 심화 등 의제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금번 ASEM 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10년전 아시아 금융 위기때와는 달리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부각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금융체제의 보완 필요성에 대해 정상차원의 합의를 도출한 것도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국제 금융체제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11월 15일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이러한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금번 금융위기가 오히려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십분 활용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모아 나갈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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