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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숨가빴던 기전들… 수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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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숨가빴던 기전들… 수확만 남았다

입력
2008.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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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수확의 계절. 국내 바둑계도 시즌 종료가 가까워 옴에 따라 가을걷이 준비가 한창이다. 하이원배 명인전을 비롯, 국수전 천원전 한국바둑리그 등 굵직한 기전들이 본선 경기를 거의 마치고 타이틀을 향한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풍성한 수확이 기대되는 기사는 단연 랭킹 1위 이세돌이다. 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명인전과 천원전 결승에 진출했다. 이 밖에 강동윤이 지난 해에 이어 다시 천원 타이틀에 도전하며 국수전에서는 뜻밖에 '보급 기사' 김성룡이 도전자 결정전에 진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전 진행 상황을 정리해 소개한다.

◇하이원배 명인전 - 이창호, 원성진에 승리… 11일 이세돌 대국 관심

지난기 우승자 이세돌이 올해도 무난히 결승에 올랐다. 이세돌은 본선 리그 초반부터 5연승을 질주하다가 최명훈에게 뜻밖에 반집패를 당하는 바람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조훈현 조한승을 잇달아 눌러 7승1패를 기록, 앞으로 남은 이창호와의 대국을 지더라도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올해 3개 세계 대회를 휩쓸었지만 정작 국내 타이틀은 하나도 추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는데 "최고 상금이 걸린 명인만큼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과연 명인 2연패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세돌과 결승 5번 승부를 벌일 나머지 한 명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6승2패를 달리던 원성진의 결승 진출이 유력했지만 31일 이창호가 원성진에게 승리를 거둠에 따라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다.

현재까지 원성진과 강동윤이 각각 6승3패, 이창호가 5승3패를 기록하고 있어 11일로 예정된 이창호와 이세돌의 본선 리그 마지막 대국 결과에 따라 3자 동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창호가 이기면 세 명이 동률 재대국이고 반대로 이세돌이 이기면 원성진과 강동윤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

◇국수전 - '괴동' 목진석과 3번기… 김성룡 도전권 획득할까

올해 국수전 스타는 뜻밖에도 '보급기사' 김성룡이다. 지난 6월 국수전 본선에 올랐을 때 "기사 생활 17년만에 국수전 본선에 처음 올라갔다. "국내 모든 기전 본선에 한 번 씩 다 올라가 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김성룡이 뜻밖에 강호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도전자 결정전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김성룡은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랜드 킴'이란 별명이 붙었다. 당시 김성룡의 타이틀 획득은 해설 전문 '보급 기사'도 '토너먼트 기사'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 바둑계의 대사건(?)이었다.

김성룡은 월간바둑 11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해설을 잘 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한다. 보급 기사의 길을 걷게 된 게 나에겐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3일부터 열리는 도전자 결정전 3번기 상대는 '괴동' 목진석. 역대 전적에서 1승10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어 결코 쉽지않은 상대다. 바둑계의 재주꾼으로 통하는 '랜드 킴'이 과연 또 한 번 재주를 부려 국수전 도전권까지 획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천원전 - 이세돌·강동윤 설욕전… 8일부터 결승 3번기

이세돌과 강동윤이 천원 타이틀을 놓고 8일부터 결승 3번기를 벌인다. 강동윤은 본선에서 손근기 윤성현 강유택을 꺾었고 이세돌은 박정상 최철한 안조영을 눌렀다.

지난 달 응씨배 패배 이후 5연패의 늪에 빠졌던 이세돌은 지난 달 28일 명인전에서 조한승을 이겨 결승 진출을 확정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열린 천원전 준결승전에서 다시 안조영을 눌러 최근 5연승을 질주, 보름여 만에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세돌은 2006년 천원전 결승에서 조한승에게 패했고 강동윤은 지난 해 원성진에게 져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어 두 선수 모두 설욕전이 되는 셈이다. 역대 전적은 5승2패로 이세돌이 앞서 있다.

◇한국바둑리그 - 영남일보 우승 유력 속 최종라운드 결과 주목

총 14라운드 중 13라운드 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포스트 시즌 경기에 출전할 상위 4팀은 이미 정해졌다. 지난 해 우승팀 영남일보가 9승4패(개인 승수 41승)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신성건설(9승4패 개인 승수 34승) 제일화재(8승5패 개인 승수 37승) 월드메르디앙(8승5패 개인 승수 36승)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제 정규 리그도 다음주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신성건설 - 제일화재, 한게임 - 티브로드, 울산디아채 - 월드메르디앙, 영남일보 - KIXX 등 마지막 라운드 네 경기만 남았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 네 팀의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6라운드부터 13라운드까지 8연승을 거두고 있는 지난해 우승팀 영남일보의 정규 리그 우승이 유력하다. 한편 개인 성적에서는 최철한이 11승2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이세돌(10승3패)과 박영훈(9승3패)이 그 뒤를 이었다.

다음 달 9일 영남일보와 KIXX의 경기를 끝으로 정규 리그를 모두 마치면 2억7,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차지하기 위한 상위 네 팀의 '가을 잔치'가 시작된다.

먼저 3, 4위에 오른 팀이 15, 16일 이틀 간 준플레이오프를 벌여 여기서 이긴 팀이 한 주 뒤인 22~23일에 정규 리그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3번 승부로 벌어지는 대망의 챔피언 결정전은 12월 3, 4일에 시작된다.

박영철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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