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경제도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다. 증시가 요동치고, 금리는 금융회사의 유동성 부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는 가계 주거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및 구조조정 방안(10ㆍ21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실물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그 동안 금기시되어 온 건설업체의 간접적 자금 지원과 대출규제 완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도 시장은 아직 싸늘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과감하게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도 너무 눈치만 보고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오히려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만 유발한다는 입장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건설 및 부동산 관련 대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감면(3ㆍ12), 미분양 주택 대책(6ㆍ11), 감세등 세제 개선(9ㆍ1)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로 정부 대책의 효과는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시장이 정부대책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현재의 경제상황(건설 및 부동산 경기 포함)은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탓에 이번 대책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불안이 선행적으로 해소돼야만 건설경기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일련의 정부 대책들은 금융불안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불과한 셈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정부 정책은 더욱 그 힘을 잃어갈 가능성이 높다.
둘째, 건설경기는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과감한 대책 마련에 애로를 겪기 때문이다. 건설 수주액과 주택가격 간의 상관계수가 약 0.8 수준에 달하고 있어 건설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상호 연관성이 높다.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서적 문제로 인해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할 정도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셋째,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대책의 범위와 속도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건설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주장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보면 지나치게 명분에만 집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에게 면죄부를 줘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대책이 실기하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대책은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살리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시기이다.
대출규제보다 시장규제 풀기를
정부는 정책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되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금융 불안에서 초래된 점을 감안, 대출 규제의 과도한 완화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총부채 상환비율(DTI) 대출규제를 무력화한 것은 우려스럽다.
오히려 DTI 대출규제를 준수하는 대신 각종 시장 규제들을 과감하게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DTI 규제를 그대로 두고 버블세븐 지역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이는 한계대출자들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면서 정상적인 거래를 유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정부 대책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번 기회를 건설 및 부동산의 시장 기능이 제대로 복원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외부 영향으로부터 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고, 정부의 시장 개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첩경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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