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문득 말한다. "내가 철이 없어. 또 아이엠에프 올지도 모르는데 카드 할부로 세탁기나 사고. 아, 옛날에 돈 빌려서 달러나 사놓을 걸. 그럼 얼마나 벌었을까?" 구백원대에서 천사백원대로 올랐으니, 입맛이 다셔지는 모양이다.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서 신통한 것을 읽었다.
환율이 구백원대에 고정되어 요지부동이던 시절, 한 네티즌이 써놓은 글인데, 외환위기가 반드시 올 거라면서, 환율이 천사백원대를 돌파할 것을 정확히 예견하는 한편 돈 있으면 달러 사놓으라는 조언이었다. 그때 그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욕지거리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한국 금융시장이 벼락 치는 일이 많다지만 그토록 터무니없는 사재기적 상상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였다.
그 네티즌의 글을 다시 퍼 올려 게시한 이는 '예언가 수준'이라는 찬탄을 사족으로 붙이고 있다. 나도 참 대단한 족집게시구나, 그 분은 달러 사서 지금 돈 좀 만졌겠지 부러워하다가, 아냐, 그게 아니야, 경제를 냉정하게 볼 줄 아는 이라면 충분히 예견할 만한 사태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 '기회'를 숨죽이며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고 억울한 것은 예나 저나 달러는 구경도 못해보고, 외환위기라는 파탄지경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만 서민들의 신세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